1편. 오만함의 본질을 흐리는 것들에 관하여
필자의 프랑스 코로나 글 중에, 서로 다른 브런치 작가분들에게 ‘지적’을 받은 같은 내용이 있었다. 얼마 전 논란이 된 한 프랑스 방송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코로나 관련 백신 임상을 하자’는 발언에 관한 것이었다. 내 글의 언급이 실제와 다르다며 "자칫 (프랑스가) 극악하게 보일 수 있다"는 염려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신랄한 비판과 함께. 그분들 요지는 "BCG 백신을 유럽에서만 할 게 아니라 코로나에 해결책이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연구해야 한다"가 팩트인데 내가 사실을 왜곡하였다는 것이다.
나는 기사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내가 언급한 부분에 약간의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하였고 ‘사실과 부합하게’ 수정했다. 필자의 실수다. 그것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이 있었다.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이 문제를 받아들인 포인트가 나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기사의 댓글에 달린 의견들이 그렇고 (댓글참고 : http://bitly.kr/kC5lNsDYN, https://vo.la/EuMS) 대다수 아프리카인들이 받아들인 인식이 그렇다. 나는 정작 그분들이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그분들에게 명확한 나의 의견을 댓글로 전달해드렸다. 다만 그분들 댓글을 삭제한 이유는 ‘본질을 흐리는 발언’이 ‘논리적 반박’이라는 형태로 나의 공간에 남아있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그것이 본질을 흐리는 것이 되는지. 지금부터 그것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해당 발언의 정확한 워딩을 살펴보자. 4월 3일 프랑스 TV 채널 LCI 토론방송 상황,
프랑스 의사 질문 : “Si je peux être provocateur, est-ce qu’on ne devrait pas faire cette étude en Afrique, où il n’y a pas de masques, pas de traitements, pas de réanimation? Un peu comme c’est fait d’ailleurs pour certaines études sur le SIDA ou chez des prostituées, on essaie des choses car elles sont hautement exposées et elles ne se protègent pas” - 도발적으로 들리겠지만, 마스크도 치료법도 소생술도 없는 아프리카에서 이 실험을 할 수는 없는 겁니까? 에이즈를 높은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아프리카)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몇몇 사례처럼 말입니다. / 프랑스 국립보건연구소장 대답 : “Vous avez raison, on est d’ailleurs en train de réfléchir à une étude en parallèle en Afrique avec le même type d'approche “ - 맞습니다. 우리는 동일한 접근으로 아프리카에서의 이 연구 진행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발언 출처: lemonde.fr https://vo.la/ssYj) (한국기사 참고: http://bitly.kr/g4DJdAuNmq)
어떤가. 이들 발언에서 포인트가 무엇인 것 같은가. 그 대상이 그냥 아프리카 사람들이든 아프리카 성매매 여성들이든 그게 결핵 백신이든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발상 자체에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임상을 하자는 것 자체가, 아프리카 사람들을 '자신들 목적을 위한 하나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발언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받은 후에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 의사들은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말하지 못한다. "우리가 개발한 백신을 아프리카 전염병에 취약한 유럽 사람들에게도 임상을 해야 한다" 그러한 발상이 가능한 것 자체가 제국주의적 관점이다.
더구나 성매매 여성들 언급에서 보았듯 결국, 성매매 여성들과 같은 힘없는 사람들이 또다시 연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아프리카 지도자들이나 지식인들 부자들이 연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나 아시아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 이 말을 프랑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프랑스 엘리트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 무의식 속의 제국주의 관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이유는, 그들의 오만함은 '논리적 해명'으로 가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감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 워딩의 문맥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들 사고의 출발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을 정확히 가리자’에 방점을 찍는 것은 그렇기에 본질을 흐린다. 이 문제는 ‘제국주의적 발상’이라는 근원적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반박을 했던 분들의 논점이 어디서 왔는지 안다.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다. 프랑스에서 발행된 같은 내용을 다룬 이 반박 기사는 주장한다. ‘코로나 백신이 아니고 결핵 백신이다.(이것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호해줄 거다) 코로나 백신은 아프리카에서 실험되지 않았다’ (해당기사 : http://bitly.kr/CEXYQXLHRw) 기사에 실린 사진부터가 이 기사의 의도를 말해준다. 왜 꼭 금발 머리 백인이 아프리카 아이에게 주사를 놓고 있어야 할까? 그것은 이들이 식민지 영토에 대해 벌였던 ‘이미지 포장 기술’이며 정확히 ‘선민의식’을 나타낸 것이다.
프랑스에는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무수한 기사들이 양산되어 있다. 그러나 이 주장들은 백인들의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그에 대한 선명한 근거를 2편에서 얘기할 것이다) 여론을 의식해선지 마크롱 대통령은 그로부터 십일 후인 지난 13일 아프리카에 대한 파격적 지원안을 발표하며 ‘프랑스의 아프리카에 대한 인도적 자세’를 비중 있게 발언하였다.
다시 이 문제의 포인트로 돌아와 보자. 무엇이 이 사건의 본질인가. 의사의 관점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었다’는 말은 극도로 차가운 이성주의자들의 논리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 받은 아프리카 사람들’이다. 우리는 문맥을 따질 것이 아니라, 발언 당사자와 동조자에게, 그들의 변함없는 제국주의적 오만함에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여전히 그들 무의식을 지배하는 바탕이라는 그 온당치 못함을 지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같은 내용의 아프리카발 기사 논점과 아프리카 사람들의 반응을 소개한다. “프랑스 두 전문가의 충격적인 말은 분노의 물결을 일으켰다. 아프리카인은 서양 연구원의 실험실 쥐인가? 이것이 많은 사람들의 이해다“ (아프리카 기사: http://bitly.kr/hfr5ka8dj) 아프리카인들의 반감을 보여주는 다음 기사 동영상은 꼭 시청해볼 것을 권한다: http://bitly.kr/gJoeQvvYB) 코로나 센터 건립에 반대하며 절규하는 저 사람들이 ‘무지해서’라는 말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 백신도 아니고 결핵 백신으로 도와주려는 건데 왜 이해하지 못하냐’라는 말은 더더욱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직 중요한 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느껴지고 받아들여지는 마음, 그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다.
본글과 연결된,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