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공모전에 응모했던 브런치북 ≪일반적이지 않은 의사: 일반의≫. 보기 좋게 또 떨어졌지만, 개인적으로는 무형의 소득이 있었다고 생각(해야)한다. 이 브런치북을 쓸 때 구상은 원래 응급실 이야기에 중점을 뒀는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 '왜 거기까지 가서 일했나?'에 대해 이유를 풀어내야 했고 (원래 인생이란 게 이유가 명확하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그러다 보니 응급실 이야기는 뒤로 밀려 마감 전에 겨우 브런치북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 결과 뭔가 'to be continued' 같이 끝났고 역시 그래서 그럴까 (그냥 심사위원이 보기에 매력적이지 않아서겠지만) 낙방했다.
서운했지만 뒷이야기는 계속 쓰고 싶었고 2022년 공모전도 미리 준비할 겸 쓰기 시작한 것이 ≪이름 없는 병원 기담≫이다. 현실이기에 어쩌면 기담보다 더 기이한 응급실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이전 글에서 '다른 일하는 중에도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쓰면 나름대로 다작 아니야?'라고 했는데, 다른 작가님의 활발한 활동을 보며 내가 아직도 자의식 과잉이 덜 빠졌네 하고 반성하고 있다. 나는 느린 게 맞다. 글 쓰는 데 얼마나 많이 쓰는가 빨리 쓰는가가 중요하진 않지만, 공모전에 내려면 우선 뭔가 풍성하게 가지고 있긴 해야 할 것이다.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작가님도 "마감 일자까지 최대한 많은 글을 써 보자"를 일단 목표로 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정말 뭔가 '배우는' 사이트이다. 지금 사이트에 있는 강의들을 보니 대략 다음과 같았다.
- 취미 (그림, 공예, 요리, 마술, 음악 등) - 돈 벌기 (배운 사람이 버는 건지, 작가가 버는 건지, 주어는 없다만) - 자기 개발, 공부법 (외국어 등, 그 외 '엄마라면 꼭 보세요' 류) - 미래 예측 (사주, 타로 포함) - 자기 계발 ('당신의 정신 상태가 문제다', 혹은 '당신은 아무 잘못 없다' 류)
음... 정말 여기랑 브런치가 협업을 한다고?
물론 클래스101은 꽤 유명한 동영상 강의 사이트라고 한다. 브런치와 협업 좀 할 수도 있지 싶으나 문제는 클래스101이 원하는 건 아마 실용서 종류의 브런치북일 것 같다는 점이다. 실용서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저 나와는 인연이 없지 않을까 싶을 뿐이다.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에 비유한다면 작품 중 와디즈 특별상을 받은 ≪브랜드 B자 배우기≫, ≪MBTI 다시보기≫와 같은 작품들이 클래스101이 좋아할 것 같다.
우선 첫인상은 브런치에서 활동하시는 프로그래머 작가님이 좀 유리하실 것 같았다. 나도 요즘은 코딩을 배워야 할 것 같은 그런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책이 이미 많지만, 그만큼 수요도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2
아! 강의라면 나도 써 놓은 게 이미 있긴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대상층이 영 한정적이라 클래스101이 보기에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다. 클래스101에 있는 강의들은 뭔가 '보편적인 대상'에게 '실용적'이다. 강의 주제들이 어디서 많이 본 것들로 이뤄진 이유도 아마 그게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땐 적어도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그런데도 그게 왜 아직도 안 되었을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튼, 내 강의는 어떻게든 가볍게 써 볼 순 있겠지만 이게 필요할 독자층은 따로 있다. 즉, 클래스101 입장에서 볼 땐 별로 인기가 없고 돈이 안 될 것이다. 봐서 ≪우리가 처음 만난 곳: 산부인과≫ 정도는 제출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당선되어도 내용을 클래스101에 맞게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내 입장에선 여러모로 그다지 끌리진 않는 일이다. 어차피 '임신/육아'는 이미 충분하게 레드오션이기도 하다.
#3
따라서 우선 쓰던 걸 계속 쓰면서 재미있고 실용적일 만한 강의 주제가 떠오르면 도전해보든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