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쏟아지자
활자들이 미끄러져 흘러내렸다
땅에서 솟은 열기로 이글거리는 사람들
시멘트 바닥에는 며칠 전 배달된 엽서가
납작하게 붙어 있다
잔디밭 위로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긴 물고기들이 살아 헤엄쳐간다
탁탁 도마를 내리치는 부엌칼 소리
누군가 캔버스 위에 물감 대신 붓으로 그림을 그렸다
높이가 다른 책이 꽂힌 책장
간간히 튀어나온 책갈피는
플라스틱이거나 코팅된 종이 재질이다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돋보기를 꺼냈다
도시의 변두리 파란색 철제 대문 옆 우체통에서
팝콘 튀는 규칙적인 소리가 들린다
탁탁 손톱 깎는 소리
50페이지나 남았는데 벌써 주인공이 죽었다
이어지는 장례행렬
관이 내려오고 검은색 장갑을 낀
딸인지 새 부인인지 모를 여성이 하얀 손수건을 떨어트리자
책갈피로 꽂아 놓았던 낙엽이 바수어져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