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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Mar 18. 2024

하드보일드 책상

커피가 쏟아지자

활자들이 미끄러져 흘러내렸다

땅에서 솟은 열기로 이글거리는 사람들

시멘트 바닥에는 며칠 전 배달된 엽서가

납작하게 붙어 있다


잔디밭 위로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긴 물고기들이 살아 헤엄쳐간다

탁탁 도마를 내리치는 부엌칼 소리

누군가 캔버스 위에 물감 대신 붓으로 그림을 그렸다


높이가 다른 책이 꽂힌 책장

간간히 튀어나온 책갈피는

플라스틱이거나 코팅된 종이 재질이다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돋보기를 꺼냈다


도시의 변두리 파란색 철제 대문 옆 우체통에서

팝콘 튀는 규칙적인 소리가 들린다

탁탁 손톱 깎는 소리

50페이지나 남았는데 벌써 주인공이 죽었다


이어지는 장례행렬

관이 내려오고 검은색 장갑을 낀

딸인지 새 부인인지 모를 여성이 하얀 손수건을 떨어트리자

책갈피로 꽂아 놓았던 낙엽이 바수어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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