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만한 여인이 지나간 후
납작한 부츠 소리가
계단 위로 또각또각 울리는 시간
머리 위로 검은 새 한 마리 날아갔고
문득 높이 솟아오른 구름
눈치만 보다가
신호가 바뀌고 나서도 한참을 정지해 버린
검은 아스팔트와 자동차와 키 큰 보행자가 그려진
CCTV 정지화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구겨진 종이를
반듯하게 폈다가
다시 구겨버리는
뜯긴 자국이 선명한 스프링 연습장
시곗바늘이 열 두 바퀴를 돌아
녹슨 자전거 체인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면
책갈피로 꽂아 놓은 열차 티켓을 들어
맡아본 냄새
깜빡이며 점멸하는 형광등과 째깍째깍
고요한 초침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