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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Mar 18. 2024

음악, 중단된

그때 내가 본 것은 강의실 창 밖

나뭇가지를 물고 날아오르던 비둘기였다

비둘기 몸통은 몇 번의 힘찬 날개 짓으로

슬로 모션처럼 상승하고 있었고

부리에 걸린 나뭇가지는 위태로워 보였다


비둘기 날갯짓 소리는

지면과 나무꼭대기 사이에서 차츰 잦아들어

나는 이 모든 게 한없이 반복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때 나는 책을 읽고 있었다

후드득 날개 짓 소리에

이미 사라진 비둘기의 공백을 쫓다가

방금 읽던 책의 문맥을 놓치기를 반복했다

위태로운 나뭇가지 때문은 아니었다


언젠가 멜로디는 음악에서 가장 인위적인 것이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반복되는 비둘기의 오르내림과

다른 크기의 나뭇가지로

차이는 반복된 리듬을 변주하여

새집 같은 복잡한 구조물을 완성해 낸다

이런 상상이란 상당히 인위적이지만

멜로디처럼 부드럽지 않아서 참을 만하다


자연스러운 멜로디가 들려오자

나는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는 날아가 버렸고

청소부가 나무 밑에서 집게로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반짝이는 집게가 부딪치는 규칙적인 소리

내가 본 새가 비둘기였던가?

비둘기가 집을 짓는구나!, 음악은

이쯤에서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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