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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Mar 18. 2024

오후 세 시

풍만한 여인이 지나간 후

납작한 부츠 소리가

계단 위로 또각또각 울리는 시간

머리 위로 검은 새 한 마리 날아갔고

문득 높이 솟아오른 구름

눈치만 보다가

신호가 바뀌고 나서도 한참을 정지해 버린

검은 아스팔트와 자동차와 키 큰 보행자가 그려진

CCTV 정지화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구겨진 종이를

반듯하게 폈다가

다시 구겨버리는

뜯긴 자국이 선명한 스프링 연습장

시곗바늘이 열 두 바퀴를 돌아

녹슨 자전거 체인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면

책갈피로 꽂아 놓은 열차 티켓을 들어

맡아본 냄새

깜빡이며 점멸하는 형광등과 째깍째깍

고요한 초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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