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놀다잠든 나무 Apr 24. 2024

떠나갈 연인을 위해 아침 식탁을 차린다는 것

삶의 의미, 하나 


© raimondklavins, 출처 Unsplash



"어떤 일에도 무미건조한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이 가뭄은 어디서부터 오는지 저 지평선 끝까지 펼쳐져 있다. 가뭄이 찾아오면 삶은 감미로움을 잃고, 하는 일도 기계적인 것이 되고, 모든 것이 공허하고 부자연스럽다"(줄리아 캐머런, THE ARTIST'S WAY).

마치 떠나갈 연인을 위해 아침 식탁을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줄리아 캐머런은 가끔 로맨틱하다. 많은 부분 입을 삐죽거리며 비판을 하게 만들면서도 또 이런 매력이 있다. 창조성의 가뭄을 이렇게 비유하다니 경험하지 않고는 비유가 어려운 감정이다. 좀 더 그녀의 매력에 다가가 보기로 했다. 아마도 또 다른 작품으로 만나지 싶다.


"요태기가 중요해요, 잘 극복해야 하거든요."

요태기를 들어본 적은 있는가? 며칠 전 요가원 원장님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결국 이 말을 듣고 말았다.


벌써 5년이나 됐다. 코로나19로 하던 운동을 멈춰야 했을 때 시작한 것이 요가다. 간간이 요가를 하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결국 코로나로 인해서다. 그렇게 요가의 즐거움에 빠졌다. 그중에서도 플라잉 요가의 즐거움에 깊이 빠져들었다. 플라잉 요가를 하면서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가장 무거운 것이 내 몸 자체라는 것을 알았고, 점차 해먹을 통해 몸이 들려지고 공중에서 다양한 몸놀림을 해낼 수 있게 되면서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장 그네에 올라 하늘 높이높이 더 높이 올라가 열광하며 좋아했던 그 짜릿함을 맛보기도 하였다. 시간을 정해놓고 매주 며칠씩 요가원을 찾았고 요가를 하고 나면 힘든 등산의 절정인 산 정상에서 맛보던 시원함과 상쾌함을 만끽하며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즐거움이 쌓이면서 어느새 몸도 가벼워지고 하루하루도 가뿐하게 보냈다.


지난가을 라이프 사이클이 바뀌면서 일상의 루틴이 달라졌다. 이러는 과정에서 요가를 하던 시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오랫동안 해외에 머물면서 요가를 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있는 동안에 플라잉을 자주 하지 못했다. 제자리에 돌아와서도 또다시 루틴을 만들어가기엔 시간이 필요하였다. 더 중요한 것은 몸에서의 반응이다. 운동이 몸에서부터 힘들어지고 시원한 땀 흘림 경험이 줄어들면서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공허한 부자연스러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자연스럽게 요가원 가는 날이 줄어들고 일주일에 한 번도 가지 않게 되는 날이 늘어나게 되면서 결국은 요가원 원장님으로부터 "요태기"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권태기의 많은 변형 용어를 들어봤지만 요태기를 처음 듣는 순간' 아... 그렇구나'하고 다시 묻지 않아도 그 의미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 요태기의 터널 안에 있다. 그래도 고(go)다. 곧 터널 저 끝의 쥐구멍만 한 하얀빛을 보게 되니라 믿는다. 난 오늘도 요가원에 터덜터덜 간다.


권태기, 요태기, 블태기... 등등 느슨해진 생각과 생활의 시기는 온다. 그래도 떠나갈 연인의 아침 식탁이라도 늘 하듯이 차려야 한다. 그렇게 공허하게 재미없이라도 해야 한다고 줄리아 캐머런은 말한다. 그런 가뭄의 시기를 지나면 결국 단비를 맞게 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삶은 그런가 보다.

쾌와 태의 순환!


상쾌 유쾌 통쾌 등 여러 쾌와 요태기 블태기 권태기 등의 각종 태의 주기적 반복 말이다.


아무리 요태기 블태기 권태기 등 각종 태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와도 떠날 연인의 아침 식탁을 차리더라도 쓰러지지 않는다면 결국 쾌의 주기가 다시 오게 됨을  잊지 말아야지. 아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