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아동 청소년 상담사가 부모를 만날 때의 고려
자녀만큼 부모 자신의 삶도 중요하기에.
내 삶을 잘 살아나가는 것, 그것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초보 상담자일 때는, 부모를 상담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고, 자녀를 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부모를 변화시키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때는 Bowlby의 애착이론에서, 애착 패턴의 세대 간 전이, '내적 작동 모델' 등에 큰 비중을 두었으며, 애착은 뇌의 기질적인 변화도 일으키므로 부모의 양육 태도의 변화는 절대적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당시 영유아아동상담센터에서 있으면서 부모자녀관계 검사에서 '낯선 상황 검사'를 진행하며 분리 이후 재결합 시 자녀의 행동 정서 반응성을 보고 안정애착, 불안정애착- 회피, 저항, 혼란- 으로 유형 분류를 해 나가며, 부모의 민감성과 반응성을 체크해 나갔었는데, 그 시기는 부모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느꼈던 시기였습니다.
현재는, 자녀의 기질적, 생물학적 요인에 대한 임상학적 고려를 더 중요하게 고려하므로, 부모가 변화의 핵심이 아니라, 그러한 기질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노고를 고려합니다. 애착은 상호호혜적이며, 내가 냉담해진다면, 비공감적인 자녀의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 여깁니다.
실제 부모가 자녀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주나, 자녀의 발달에 악영향만을 주는 부모는 정말 드물 것입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에 자녀를 데려올 정도로 에너지를 발휘하는 양육자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대부분 현장에서 만나는 부모님은 참 애쓰셨고, 많이 사랑을 주셨으며, 나름 부단히 책임감 있게 부모역할을 해오셨습니다. 그런 부모와 만나는 부모상담은 좀 더 공감적이고 지지적이며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육상담에 대한 고려점
1. 양육에서 드는 핵심감정의 명료화는 중요합니다.
"불안? 좌절? 무시감? 죄책감?"
자녀와의 관계가 힘든 연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2. 자녀에 대한 바람과 부모로서의 이상적인 기대를 탐색합니다.
때론, 자녀를 통제해서 이상적인 자녀로 변화되어 나갈 수 있도록 내가 해야 한다는 과도한 책임의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녀는 통제의 대상이 아니고, 부모는 그렇게 할 수 없고, 나는 그런 책임감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충분히 자녀를 위해 했습니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통제함이 아니라 기대와 다른 자녀를 받아들이고, 내 삶을 잘 살아가는 것입니다.
3. 원가정에서 내가 부모와 경험했던 나의 양육 과정에서의 나의 감정, 나의 부모는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어린 시절 나는 어떤 감정을 주로 느끼며 살아나갔는지를 이해하고 현재의 육아의 버거움과 연결 지어나가는 자기 이해의 시간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여기서 ISTDP(집중 단기 정신역동치료에서 과거 발생학적 인물(P)과 현재 인물(C)을 연결하는 개입이 유효했습니다.
4. 이런 과정이 이루어진 뒤에 비로소 부모자녀관계에서 잘 지내고 싶은 건강한 욕구가 표현되는데 상담자는 이를 지지합니다. 그러면 좋은 관계를 위한 지나친 훈육과 잔소리의 양을 줄이는 것, 자녀의 관심사를 함께 즐겨주는 것, 자녀에게 자율과 책임을 주는 것, 불쾌한 태도에 대한 대응과 대처에 대한 안내를 좀 더 수긍해 나가시게 됩니다.
또한 자녀의 기질적 이해, 그로 인한 지금까지 양육에 있어서 고됨에 대한 연결, 사춘기 시기의 뇌발달의 특징을 비롯 이 시기 자기주장, 자율의 요구, 감정 분출 등을 개인화 하지 않는 것, 자녀의 자원 장점에 주목하고, 유능감, 자기수용, 성취 경험을 늘려주기 위한 논의, 이 시기 또래 문화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한 고려도 자연스럽게 수긍해 나가시게 됩니다.
자녀 양육에 있어서 책임의식과 잘 키우겠다는 기대가 컸으나 자녀의 기질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계속 관계 문제가 발생하고, 자녀의 공감력ㄹ의 한계로 인해 정서적 교류가 잘 되지 않는 점, 기대한 이상적인 자녀가 아님에 대한 실망과 먼 미래의 자녀의 삶에 대한 걱정이 증폭되며, 불안감과 무기력감이 증가하며 우울감은 깊어집니다.
이러한 양육자의 내적 감정을 공감하며, 이상적인 자녀가 아님에 대한 애도, 양육자로서의 책임의식에 대한 탐색을 통해 그 연유를 확인해 보고, 자녀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며 책임감을 낮추고 그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써나감으로써 스스로 행복과 자율성을 발휘하는 일에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자녀와 건강한 분리를 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마가렛 말러의 분리개별화 단계에서 엄마와 자녀가 한 몸처럼 정신과 육체가 딱 붙어있는 '공생' 단계를 지나, 이제는 자녀는 자녀의 삶,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는 일에서 떨어져 부모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나가는 '분리 개별화'의 단계로 적극적으로 나아감을 선택하는 것. 그 부모의 선택을 지지하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자녀가 초등 고학년 시기를 지나 점점 커가면서 자녀와 부모도 건강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진리를 이제는 부모는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그 받아들이는 과정에 상담자는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