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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Oct 30. 2023

버리지 않고 오래 함께하는 물건

비움을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레 드는 생각은 이 많은 비움 쓰레기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였다. 우리나라가 재활용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지만 실제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미비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비우는 것이 능사는 아닌데, 그렇다고 낡거나 고장 난, 또는 계속 쓸 수 없는 물품일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난 대안이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물건을 구입하고 잘 관리하면서 교체하지 않고 오래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주부이다 보니 주방살림을 하면서는 각종 주방물품이 필요하다. 매일 쓰는 물건일수록 마모되기도 쉽고 그만큼 교체주기도 빨라지는데 그런 물품을 오래 쓸 수 있는 것으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첫 번째는 밥솥이었다. 요즘에는 여러 이유로 전기밥솥을 쓰지 않는 분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잘 사용하고 편리하다고 생각하므로 선호한다. 그런데 전기밥솥의 치명적인 단점은 내솥이 코팅되어 있는 솥이라 주기적으로 교체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내솥을 잘 관리하며 썼지만, 코팅 프라이팬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듯 내솥도 주기적으로 교체했다. 그러다 전기밥솥의 수명이 다하여 밥솥도 교체할 시점이 왔는데, 그때 내솥도 스테인리스로 된 전기밥솥으로 교체했다. 내솥이 스텐이다 보니 밥알이 눌어붙고 설거지를 할 때 충분히 불려서 세척해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코팅솥의 혹시나 하는 우려와 교체의 번거로움에 벗어나서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내솥이 스텐인 전기밥솥

두 번째는 전기밥솥의 내솥이 코팅된 것이 아니다 보니 더 이상 플라스틱 밥주걱을 쓰지 않아도 되어 새롭게 사용하게 된 스테인리스 밥주걱이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플라스틱 숟가락을 쓰지 않는데, 밥을 는 데는 플라스틱 밥주걱을 쓰니 이건 좀 이상하다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보통 전기밥솥을 사용하다 보니 내솥의 관리를 위해 플라스틱 밥주걱이 보편화된 것이었다. 내 경우에는 이제는 그렇지 않으니 낡은 플라스틱 밥주걱은 이만 보내주고 스텐 밥주걱으로 교체했다. 스텐밥주걱이 반짝반짝 빛나서 내 얼굴을 거울처럼 비춰서 보여주니 어찌나 예쁘던지.(물론 내 얼굴이 예쁘다는 건 아니다.)

스텐 밥주걱

세 번째는 도마다. 도마를 여러 소재로 된 것을 사용해 보았다. 플라스틱, 실리콘, 나무 등등 도마 재질에 따라 사용의 편리성도 있고, 관리의 용이성도 있어서 나름 잘 사용을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색 베임과 칼자국 등 오래 쓰기가 어려워서 일정 시기가 지나면 교체하곤 했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은 스텐도마였다. 칼도 스텐 소재여서 같이 스텐끼리 맞붙으면 이상할 것 같아 꺼려졌는데, 그 꺼려짐은 기우였고 그다지 느낌이 이상하지도 않고 쓸만했다. 무엇보다 색 베임, 냄새 베임이 없고 세척 및 건조도 쉬워 관리가 수월했다. 교체의 가능성도 적어 오랫동안 쓸 수 있다 생각하니 더 좋았다.

스텐도마


이쯤 되면 다 눈치를 챘겠지만 주방에서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살림은 거의가 스테인리스 재질로 된 물건들이었다.

나만 해도 위의 살림들은 비교적 최근에 교체한 물품들이지만, 친정 엄마께 물려받은 스텐주전자는 무려 15년은 됨직하기 때문이다. 중간에 더 모양이 예쁜 주전자를 사기 위해 기웃거린 적도 많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결국에는 조금 찌그러지고 손잡이는 빛이 바랜 엄마가 주신 주전자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물을 한 번에 많이 끓여 냉장고에 넣어두고 시원하게 먹는 우리 집 특성상 작은 주전자보다는 큰 주전자가 어울렸고, 손을 넣어 휘휘 속시원히 설거지할 수 있는 주전자가 제격이었다.

그래서 퇴출되지 않고 엄마에서 나에게로 대를 이어 쓰는 주방의 터줏대감이 되고 있다.

골동품같은 스텐주전자와 거기서 끓여서 나온 물을 담았다.

이 외에도 잘 사용하고 있는 물품은 스텐 프라이팬, 스텐냄비등이 있는데 처음에는 숙달되지 않아 조금 어려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계란 프라이를 팬이 반 먹고 내가 반 먹지 않고 온전히 내가 다 잘 먹으며 사용하고 있다.

다른 스텐 물품은 스텐음식물쓰레기통인데, 늘 열심히 일을 하고 넉넉하고 묵묵하게 오물들을 품어 주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스텐 음식물 쓰레기통

살림을 하다 보니 손에 익고 정이 든 물품일수록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으로 제대로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에 대한 답은 스텐이나 유리제품인데, 유리는 깨지기도 하니 스텐이 제격이다.

이런 물건들을 잘 관리하며 사용해서 버리지 않고 쭉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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