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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에디터 Aug 02. 2020

힘을 빼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힘을 빼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

운동을 배우다 보면 듣는 말


수영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발차기부터 시작해 어느새 평영을 배웠고, 이제 접영을 배우는 단계입니다. 각 영법마다 발 동작, 팔 동작, 호흡법이 달라서 배우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매번 수영장에 수영을 배우러 갈 때마다 수영장 물을 500ml씩 먹으면서 배운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저는 운동을 잘 못하는 편입니다. 잘 배우는 편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넘치는데 몸은 잘 따라주지 않는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도전은 쉽게 하는데 끝까지 배우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운동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운동만 해도 음.. 다양합니다. 축구, 농구, 배드민턴, 테니스, 클라이밍, 요가, 필라테스, 수영, 자전거, 스피닝 등.. 기억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제 기억의 저편에는 더 많은 종목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오래 배웠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종목이 배드민턴, 테니스, 수영, 자전거입니다. 어디까지나 취미로 오래 한 운동입니다. 전문 선수처럼 한 게 아니고 그냥 동네에 흔한 동호인 수준으로요. 테니스는 대회 한 번 나가봤다가 처참한 점수 차로 패배해 충격받은 뒤로 하지 않고 있고, 자전거는 취미로 시작해서 직업으로까지 삼았었습니다. 자전거 샵에서 직원으로 근무했었고 수입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자전거 관련 활동하는 단체에서 몇 년간 일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취미를 직업으로 삼으니 취미가 아니고 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좋아하던 자전거랑 오히려 더 멀어지게 되어버렸습니다. 취미는 취미로 두어야 한다는 말을 그 때는 왜 따르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합니다. 수영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어렸을 적 배영까지 배우고 그만두었던 수영, 10년 넘게 지난 지금 다시 배우려니 몸이 잘 따라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든 운동에서 동작을 배울 때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니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들어도 들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말.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던 그 말. 바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해보세요.'입니다.



저도 테니스 오래 쳤는데 아직 잘 안됩니다.


테니스를 배울 때였습니다.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신청했습니다. 테니스 레슨은 일반적으로 20분~30분 내외로 받습니다. 겨우 이것밖에 안돼?라 생각하면서 레슨 시간이 짧아도 너무 짧다고 생각했는데, 레슨을 받으면서 테니스 코트를 뛰어다니다 보면 내가 공을 치는 건지 체력훈련을 하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힘듭니다. 끝나갈 때가 되면 공이 날아오는데 못 따라가서 내 뒤편으로 공이 빠진다거나, 나한테 날아오는 공을 봤는데도 팔을 움직일 힘조차 없어 그대로 맞기도 했습니다. 길지 않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시간 레슨을 받는다 하면 테니스 코트에서 제정신으로 걸어나가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슨을 처음 시작할 때 그리고 레슨시간마다 레슨 받기 직전 코치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것을 배울 것이고 뭘 중점으로 레슨 시간을 가질 것인지 결정합니다. 테니스를 칠 때 라켓을 휘두르는 과정을 '스윙'이라고 합니다. 코치님은 매번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스윙할 때 힘 빼고 하세요.'라 말씀하셨는데, 저는 '라켓도 무거워 죽겠는데 도대체  왜 힘을 빼라는 걸까?' 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라켓을 휘둘러 공을 치는 운동인데, 힘을 빼면 도대체 어떻게 공을 치라는 건가 싶었습니다. 힘을 빼고 치면 축 늘어지는데, 그 상태로 치면 테니스 공이 코트 담장 너머 저 멀리 날아가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운동 같이 배우고 함께 시작했던 분들에게도 여쭤봤는데, 저랑 똑같았습니다. 힘을 빼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합니다. 당사자인 코치님에게 물어봐도 별말 없습니다. 그냥 힘을 빼라고만 이야기합니다.


도무지 답을 알 수가 없어서 고수에게 물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테니스 경력이 10년이 넘어가신 분께 여쭤봤습니다. 


"레슨을 받는데 코치님이 자꾸 힘 빼라 그래요. 힘을 빼라는데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인가요?"

"말 그대로 힘을 빼라는 이야기에요. 저도 테니스 꽤 오래 쳤는데 아직 잘 안됩니다."

"예?"

"치다 보면 알 거예요. 테니스가 참 재밌는 운동이에요. 매일매일 새로워요. 몇십 년을 쳐도 잘 되는 날과 잘 안되는 날이 똑같아요. 왜, 테니스 선수들 봐요. 세계 랭킹 1위도 매번 잘 치지 않잖아요."


뭔가 실마리를 잡기는커녕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공부터 쌓고 오라는 말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코치님 말 들으면서 테니스를 배웠습니다. 모르면 그냥 시키는대로 해야하니까요.


한 1년 배웠을까요, 힘을 빼라는 말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렇다고 100% 완벽하게 이해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머리로 이해는 되는데 몸은 여전히 따라주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머리로는 날아오는 공만 보면 온 힘을 다해 스윙해서 치는 것과 타이밍 맞춰서 적절한 위치에서 힘을 주고 스윙을 해서 치는 것의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전자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라면 후자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힘 빼라는 의미구나 싶었는데요. 공이 날아가는 속도, 거리도 확연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온 힘을 다해 공을 터트릴 것처럼 세게 친다면 멀리 날아갈 것 같은데 오히려 안 날아갑니다. 제대로 맞아도 선을 넘어 아웃되기 일쑤입니다. 무엇보다 힘이 가득 들어가있다면 공이 잘 맞질 않습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니 공을 보고 내 몸의 움직임 즉 반응이 늦어지므로 공을 잘 못 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힘을 빼고 날아오는 공을 바라보면서 움직여 위치를 잡고 라켓의 무게를 이용해 스윙하되, 공과 라켓이 서로 만나는 지점 직전 그 짧은 거리에만 힘을 순간적으로 줘서 스윙한다면 공이 맞는 느낌부터가 다릅니다. 힘을 가득 주고 칠 때와 공을 치는 느낌부터 다릅니다. '이번 공 잘 맞았다!!' 하는 느낌이 확실하게 옵니다. 공이 날아가는 궤적, 속도를 보면 누가 봐도 잘 쳤다 싶을 정도로 멋지게 날아갑니다. 힘을 빼고 치면 그렇습니다. 이게 힘을 빼라는 의미였습니다.


흘러가듯이 흐름에 몸을 맡기자


운동을 할 때 온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으면 쉽게 다칩니다. 강풍 앞에 100년 넘게 산 거대한 고목이 부러지지만 얇디얇은 갈대는 살아남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생각해보면 운동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너무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요. 너무 긴장해서 잘 하는 일도 안되는 일이요. 그게 다 힘이 너무 과하게 들어가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 하고 싶은 마음, 완벽하고 싶다는 욕구, 과도한 열망 등.. 이 모든 것이 나를 방해하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


무슨 일이든 그냥 흘러가듯이 힘 빼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세상을 달관한 사람 같기도 합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 사람 같으니까요. 그냥 기쁜 일에는 적당히 기뻐하고 슬픈 일에는 적당히 슬퍼하고 중요한 자리에서는 적당하게 긴장하고 적당히 즐기며 사는 게 행복하고 좋은 삶을 사는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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