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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꼭 여기를 추천합니다.

by 김주임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외로울 때가 있다. 따뜻한 말이나 나 홀로 집을 지키는 케빈과 마법 세계를 지키는 해리와 함께 해도 딱히 뭐 재미있는지도 모르겠고 위로 받는건지도 모르겠고 그저 시간을 죽이고 있는 기분이 들기만 할 때가 있다. 어릴때는 정말 바람만 불어도 웃겼는데 이제는 남이 박장대소로 웃으면 같이 따라 웃거나 마음이 편안한 예능으로 긴장을 풀면서 재미를 느낀다.


이 모든 재미는 테레비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온기는 여전히 없다. 나는 그 부족한 온기를 위해 목욕탕을 간다. 뭔가 감정적인 따뜻함이 필요한 것 같은데 물리적으로 뜨끈하니 마음이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예를들자면 날이 춥고 어깨는 잔뜩 올라가 귀 밑에 붙어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든든하게 밥 한끼 먹는 것이 핫팩을 잠시 쥐고 있는 것 보다 효과가 더 오래 가는 듯이 말이다.


뭔가 나를 위한 작은 부유함. 여유. 사치같은 느낌이다. 물론 목욕 한번에 뭐 그렇게까지 느끼냐고 말 할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목욕탕을 간다는 것은 그 날 다른 스케줄이 없어야 한다. 바디워시 샴푸 린스 바디로션 양치 세트를 하나 더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 이미 있지만 굳이 목욕 바구니 안에 구성을 맞춰서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안에서 판매하는 간식도 턱턱! 목욕탕 안이라고 하는 물리적으로 차단 된 곳에서 파는 것은 슈퍼나(슈퍼라는 단어 자체가 정감이 있다. 요즘은 다 편의점들이다. ) 편의점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 안에 들어가서 이 탕 저 탕 돌아가면서 몸도 불려주고 사우나도 들어가고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세신사분께 모든 것을 맡긴다면, 목욕 바구니 준비부터 (물건들은 다 있다는 그 곳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목욕탕 입장 세신사 다 합치면 6~7만원은 나온다. 그 금액이면 용인에 물놀이장 값이다.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면 금액은 확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만을 위한 사치과 시간을 내고 손가락 발가락 사이사이 뜨끈뜨끈 연기가 폴폴 올라오는 탕 안에 들어갔다가 뽀드득 씻고 나오면 작년 한 해의 걱정과 미묘한 외로움과 서늘하거나 꿍해있는 작으 요소들이 물 속에 녹아져 내리고 슥슥 움직이는 때수건에 밀려 나간다.


모든 시간을 다 보낸 후 마시는 항아리 같은 모양의 바나나 맛 우유를 쫘악!! 들이켜면 낮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간에 다 있어버린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다 개운하게. 맑게 깨끗하게 자신있게.


새해에는 목욕탕에서 나만을 위한 사치를 해보세요. 생각보다 엄청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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