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순희의 아포리즘적 서정 산문을 소개합니다.
박소란 시인의 「다음에」에서 영감을 받아,
닿을 수 없는 관계와 기다림의 의미를 글로 담아보았습니다.
삶은 손에 쥘 수 없는 것들로 채워지지만,
그 간극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떠남과 기다림이 빚어낸 깊은 울림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심장에 가까운 말』 중에서
-진순희
붙잡으려는 순간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시간도, 사랑도, 사람도. 손끝에 닿을 듯 아득하게.
그러나 결코 내 것이 되지 않는 것들. 삶은 그런 것들로 가득하다.
멈춰 서서 바라볼 때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잡히지 않기에 더욱 빛나고, 닿을 수 없기에 더욱 간절했던 것들이었음을.
당신도 그 중 하나였다. 곁에 있으나 닿지 않는 거리, 그 간극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을 낳았지만, 다가갈수록 발밑의 얼음은 갈라졌다. 당신을 좇는 일은 그림자를 손으로 붙들려는 것과도 같았다. 닿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발걸음을 멈출 줄 몰랐다. 환상 속을 떠다니는 작은 배처럼, 당신이라는 바다를 헤맸다.
그럼에도 그 간극은 나를 바꿨다. 다가가기를 멈춘 자리에서, 처음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부재가 남긴 틈 속에는 몰랐던 나의 얼굴이 있었다. 붙잡지 못했기에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 붙잡지 않았기에 내면의 고요를 배울 수 있었다.
삶은 어쩌면 균열을 품은 유리와 같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금이 더 넓어지고, 결국 깨질 듯 아슬아슬한 긴장 속에 흔들린다. 하지만 그 균열은 단지 상처로 남지 않는다. 그 틈새로 빛이 스며들어 새로운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붙잡으려던 손을 놓았을 때, 그 빛 속에서 나아갈 길을 찾았다.
모든 떠남은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때로 상처가 되고, 때로 나침반이 된다. 지나간 시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지도가 된다. 그것이 비극일지, 희망일지는 우리 스스로가 정해야 할 이야기다.
삶은 빛과 그림자가 맞닿아 만들어내는 무늬다.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의 결을 따라 흘러가며, 우리는 자신만의 서사를 써 내려간다. 떠남은 곧 새로운 시작이고, 기다림은 그 시작의 일부다. 당신의 부재가 남긴 빈자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그 빈자리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가고 있다.
"다음에"라는 말은 지평선 위의 아스라한 안개 같다. 닿으려 할수록 멀어지지만, 그 흐릿한 경계가 발걸음을 이끈다. 우리의 "다음에"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다림 속에서 길을 찾고, 떠난 자리엔 또 다른 풍경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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