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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래 Oct 03. 2022

예전에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당신에게,

♪ Beautiful

네 마음이 책이라면,

페이지  귀퉁이를 접어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도 있고

괴로워 지우고 싶은 단어도 있겠지만

구기거나 찢지는 말아줘.

내가 진짜 아끼는 책이라서 그래.




나는 몸이 고단해지면 괴팍해진다. 몸이 그만 괴롭히라며 주는 경고다. 경고를 받으면 힘이 충전될 때까지 침대에 누워서 쉬고 싶어진다. 접히는 스마트폰처럼 머리와 몸이 직각이 되도록 누워서 가벼운 주제의 드라마를 찾아본다. 그런데  자세는 목주름이 생기기로 악명 높다. 목주름은 싫으니까 이불을  사이에 뭉쳐 끼워 넣는다.

이게 힐링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휴식의 방식을 즐거워하고 만족해한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드라마에 눈을 두면서도 미뤄둔 현재의 일을 되짚어보느라 바쁘다. 그러면 드라마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일도 제대로 못 끝낸다. 그럼에도 이 이상 미루면 불이익이 생기겠다 싶을 때까지 미루곤 한다. 미루는 습관은 나의 시간과 자신감을 한 톨씩 갉아먹었다. 영양가 있는 인생을 살려면 미루는 습관이라는 쌀벌레를 쫓아내야 한다.




목에 뭉친 이불을 끼워 넣고, 유튜브를 떠돌던 어느 날이었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자신의 과거 영상을 보며 코멘트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너무 귀엽지 않아?”


충격이었다. 자기 모습을 보고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과거 자신의 모습도 귀여워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몇 년 전 내 일기를 보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진다. 6년 전 결혼식 때 찍은 기념 영상도 아직 못 보겠다. 긴장한 티가 역력하고 어깨가 움츠러든 과거의 나를 보기 싫어서다. 그때의 나는 허점과 흠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보잘것없는 나를 참아주기 어려워서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기 싫다.


하지만 그 아이돌 멤버들은 달랐다. 과거 영상을 보면 부끄럽지 않냐고 물었을 때, 멤버 중 한 명은 대답했다.


 때는 저게 최선이었어. 후회 없어.”


내 인생을 돌아보며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하고 싶었던 말을 그가 대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인들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그땐 그게 최선이었다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지금 네가 더 괜찮아졌기 때문에 그때가 덜 빛나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라고.


그런데 정작 과거의 나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었는가.


못생겼어. 유치해. 생각 없어. 미성숙해. 부족해. 결점이 많아.  정도밖에 못했구나. 쓰레기. 무시당해도 . 이런 나를 누가 사랑하겠어.’


이런 말로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나 스스로를 아프게 했다.


가장 나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남의 방귀는 독가스지만 내 방귀는 자연 현상이고, 화장실에 엉긴 남의 머리카락은 불청결의 증거지만 내 머리카락은 중력의 산물이며, 남의 실수는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오답이지만 내 실수는 정답의 이정표라 합리화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렇게 남보다 나를 아낀다는 증거가 많은데, 어째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지의 날개를 꺾어버리는가.


남에게 대하듯이 나를 대우해  적이 있는가? 당신생각보다 좋은 조언자다.  능력을 본인에게 쓰면 어떨까.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면 더 소중히 먹이고 입히고 재워주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좋은 말을 건네 보자.

당신은 당신 생각보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




미숙한 시절도 귀엽게 보는 너처럼

나도 못나 보이는 내 과거 사진들 보면서 엄마 미소 짓고 싶더라.

나도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었네,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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