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도 나쁜 엄마도 아닌, 내 아이에게 필요한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말하듯, 아이의 상태를 관찰하고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할 때에 적당하게 제시해줘야 한다.
그렇게 관찰해본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 불안도가 높았다. 엄마 외에는 누구에게도 잘 안기지 않았고, 태어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되었을 때에도 집 외의 공간은 싫어했다. 쉽게 말해 낯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큰 아이였다. 물론 어른들은 '손타서 그렇다', '너무 조용히 키워서 그렇다' 등의 훈수를 뒀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본 결과 아이의 기질 자체가 낯선 것에 대한 불안도가 큰 것이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신경 썼다.
5살에는 유치원에 들어가지만, 5살까지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6살에 유치원으로 옮겼다. 한 살이라도 더 단단해질 때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치원도 고민을 하다가, 추후 가게 될 초등학교에 가장 많이 가는 유치원을 선택했다.
학원도 문제였다. 어떤 아이들은 빠르면 유치원 때부터 영어학원을 다니지만, 우리 아이는 영어학원 상담을 갈 때마다 울어버려서 결국은 4학년이 되어서야 영어학원도 다니기 시작했다. 이 역시도 아이가 먼저 친구들은 다 학원을 다니더라는 말을 해줘서 다닐 수 있었다.
매 학년 시작마다 2주 정도는 배가 아프다 하고, 불안하면 말을 안 하고 있는 성향이 걱정돼서 담임선생님께 몰래 말씀드리곤 했다.
아마 예전처럼 나쁜 엄마가 되지 않으려는 불안이 있는 상태였다면, 아마 아이의 불안을 보고 다 내가 잘못 키워서라고 탓하고 더 우울해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그저 아이가 불안해서 하는 행동을 보이면 스스로 안정시키게 도와주고 심하게 발현되면 훈육으로 가르쳐 주고 엄마가 옆에 항상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그렇지만 이렇듯 불안이 있는 아이이기에 앞으로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할 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했다. 아이와 학원 다니는 문제에 대해서 틈날 때마다 이야기를 하고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 그런데 그저 이 상황뿐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원 상담이나 새롭게 다니는 것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남편 회사에서 자녀를 위한 심리 혹은 진로 상담을 해준다고 했다.
긴 상담평가에 대한 결과를 보니, 내 예상보다도 아이의 불안도가 또래에 비해서 심했다. 역시 고민한 부분이 드러났다. 그래서 상담 선생님에게 그동안 고민한 부분들을 물어보았다. 다행히 그간 해왔던 방법들이 아이에게 필요한 조처였던 듯하다.
뭔가를 시키기 전에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고 충분히 상의한 후에 진행한다면, 불안도는 높지만 다른 능력들은 뛰어나기에 충분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이의 불안이 높은 것을 문제로 보지 말고 기질로 보고 잘 다독이며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상담 후, 아이와도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같이 템플스테이도 가보자고 제안했고, 무엇보다 너무 불안하고 힘들 때 엄마한테 말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꼭 껴안았다. 무엇보다 엄마가 항상 옆에 있음을 기억하고 불안할 때 도움을 요청해줬으면 좋겠다.
내 안의 불안, 아이의 기질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나온 사례 중 적지 않은 경우가 아이의 불안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패널로 나온 성인 연예인들 역시 자신의 불안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것이 그저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 불안하다는 것은 내 정신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그냥 성격 중에 하나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인정한다면 미리 방책을 준비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더 편할 것이다. 이렇듯 '불안이 있음'에 대한 '인정'이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보다, 덜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이제 자신의 내면 속 불안도 아이의 불안도 인정하면서 조금 더 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자 한다. 너무 힘들 때는 서로를 껴안으면서 불안함을 진정시키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