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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Oct 10. 2019

강릉 산골짜기의 존맛탱 집

2019.8.3(토)


강원도 말미 길에 있는 '말미MALMI'에 처음 가보았던 것은 재작년, 여름휴가 때였다. 토토의 입사 동기가 강원도에 정말 맛있는 음식점이 있다며, 주말마다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밥을 먹으러 간다고 해서 가보았던 것. 테라스에서 바비큐와 샐러드, 파스타 등등을 먹고 왔는데 애정 할 수밖에 없는 맛집이었다. 맛만 좋고, 먹고 돌아서면 또 허기지게 만드는 음식이 아니라 요리하신 분의 영혼이 담겨있는 듯한 뱃속까지 정성으로 꽉 채우는 그런 맛있는 음식이었다. 말미를 소개해주신 대리님이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매주 들렸다는 게 자연히 이해가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년의 우리는 이사 준비로 정신이 없었고, 또 포카에게 매인 몸이라 장거리를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서 그 후로는 다시 가보진 못했다. 



그러다 마침 이번 휴가에는 친구들도 강원도에 온다고 해서 함께 식사할 장소로 말미를 떠올렸다. 4인용 좌석과 강아지 한 마리를 위한 야외 테라스 석 예약이 가능할지, 오늘 영업을 하시는지 문자로 문의해보았는데, 올해부터는 단체 손님만 예약으로 받는단다... 절망감을 가지고 다음에 방문하겠다고 답변을 드렸더니, 한참 후에 마침 예약을 취소하신 분들이 있으니 와도 좋다는 답변을 받고 시간 약속을 했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말미는 강릉 IC에서 동해고속도로를 따라가다가 구정면이라는 작은 시골마을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소나무가 우거진, 붉은 흙길을 따라 차를 몰고 가다 보면, 구불구불한 시골길 너머 이렇게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을 거라고 믿지 못해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불안을 조금만 참으면 녹색창 포털 사이트에 적힌 대로 '강릉 산골짜기 뚝 떨어진 존맛탱 집'을 만날 수 있다! 여하튼 소나무 길에서 코너를 돌면 낮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너른 잔디 벌판이 나오는데 잔디밭 한편에 붉은 색 컨테이너 박스가 보인다면 그곳이 말미다.



말미의 사장님 부부는 반려견 세 마리와 주변을 오가다 머물게 된 길 고양이들을 가족으로 맞아 함께 지내신다. 우리는 포카와 동석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예민한 포카를 피해 말미의 강아지들은 본관에 있었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본관 건물로 들어가야 했는데. 지인들이 화장실 이용을 위해 차례로 본관 문을 열 때마다 세 모녀 강아지들이 우르르 달려와 '왕왕'하고 짖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차례. 본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나, 강아지들이 다가오더니 내 주위에서 조용히 냄새를 맡았다. 강아지들이 짖지 않자, 사장님 부부와 본관에 계셨던 손님들도 신기해했다. 세 강아지 모두 암컷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임신한 줄 아는 눈치였다. 나는 원래 모든 강아지들에게 인기 있는 사람인 척하고 싶어서(잠깐이라도 그런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다...) 임신 여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즘 포카도 내 엉덩이나 배 냄새를 종종 맡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냄새를 맡거나, TV를 보려고 누워 있을 때면 조용히 다가와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언젠가 허벅지를 다쳐서 진물이 나고 딱지가 생긴 적이 있었는데 인간의 몸에 생긴 암세포의 발현을 체크할 수 있도록 훈련된 개들처럼, 포카는 매일 아침마다 내 상처를 신중히 확인했었다. 아마도 괜찮은 상태인 건지 체크하는 듯했다. 포카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언니의 몸에 생긴 변화가 상처나 새 살이 돋는 게 아니란 것을, 동생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지...



좋아하는 이들과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 다른 종의 반려동물들까지 가족으로 꾸려가시는 사장님 부부의 모습을 보고 마음 깊이 평안을 얻고 왔다. 사장님은 후식이라며 수박도 잘라다 주셨다. 우리들은 노을지는 하늘을 보며 달큰하고 시원한 수박을 맛있게 먹었다. 언젠가 말미에서 또 식사할 수 있는 영광이 오기를... 아마도 그때는 네 가족이 되어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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