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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Oct 28. 2019

고슬고슬한 볶음밥이 먹고 싶었어

2019. 8. 27(화)

어젯밤, 토토랑 잠들기 전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무슨 일인지 점점 토토의 말은 들리지 않고, 머릿속에 볶음밥이 떠올랐다. 그냥 볶음밥 말고, 밥알이 고슬고슬 살아있는, 계란도 당근도 들어있는 중국식 볶음밥이. 그래서 잠들기 전에 '볶음밥 맛집'으로 중국집을 검색해두었고, 오늘 눈뜨자마자 볶음밥을 먹으러 갈 생각에 활기차게 움직였다. 물론 집을 나서기 전에 포카 산책도 든든히 시켜주었고(그래야 외출할 때 마음이 편하다).



집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공덕역에 내려서 마포역 방향으로 10여분 남짓 걸었다. 날도 화창해서 볶음밥을 먹으러 가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내가 찾아간 곳은 마포구 도화동의 '외백'이란 곳이었다. 도화동은 처음 가보았는데, 온갖 종류의 음식점과 술집이 모인 작은 동네였다. 주변에 큰 회사 건물이 있어서 그런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도 도화동에 온다면 좋아하는 음식 하나씩은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외백은 화교 출신인 분들이 운영하는 곳인데 후기를 읽어보니 모든 음식이 맛있단다. 그냥 볶음밥은 7천 원이었는데, 하필 내가 도착한 시간이 점심시간이었고, 1인용 좌석이 없어서 4인용 좌석에 혼자 앉은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9천 원짜리 삼선 볶음밥을 주문했다. 다른 중국집에서는 볶음밥이 금방 나오던데, 이곳에서는 꽤나 오랫동안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주문한 메뉴를 곁눈질로 보았는데 짬뽕, 탕수육, 짜장면... 정말 모든 메뉴가 다 맛있어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의 중국집은 미리 만들어 두었던 볶음밥을 내놓는 거라 빨리 나오는 거고, 볶음밥 메뉴가 오래 걸리는 집은 주문이 들어가고서야 만들기 시작하는 곳이라 맛집이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와서 단체 손님 먼저 챙기느라 늦게 주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배고파서 단무지를 거의 다 먹었는데, 사장님이 단무지를 더 줄까 하고 물었을 때 미안한 마음에 사양했었다. 눈치 보느라 단무지 리필도 하지 못한 소심한 나... 다음번에는 토토랑 꼭 같이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음식도 여러 개 시키고, 단무지도 많이 많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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