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3(수)
특별한 증상도 없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먹고 싶은 것만 잘 챙겨 먹으면 되어서 입덧이 없다고 좋아했는데... 이런 어려움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요즘 왼쪽 뒷머리가 심하게 쿡쿡 쑤시길래 신경성인가 싶었는데 두통은 쉬지 않고 며칠 째 계속되었다. 병원에 가봐야 하나 싶어서 검색해봤더니 두통도 임신의 증상이란다. 잠을 자도 나아지지 않고, 너무 아파서 힘들었다. 하지만 약 먹기가 망설여져서 결국 오늘도 참았다.
요즘은 토토가 회사 일이 무척 고된가 보다. 얼마 전에는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토토와 통화를 했는데, 그날 하루 회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머리도 아프고...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어렵더라. 결국 너무 힘들어서 참지 못하고, "미안해. 내가 지금 머리가 너무 아파서... 통화하기가 힘든데 이따가 집에 가서 들어도 될까?"라고 말했다. 토토는 몸도 안 좋은데 힘든 이야기를 듣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로는 나에게 회사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혼자 끙끙대는 모습을 보자니 내 마음이 무거워서 힘든 일 있음 이야기해달라고 했지만,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고 나중에 말하겠다 한다. 몸이 아프니까 곁에 있는 사람 마음도 헤아리기 어렵다. 전에는 이런 적에 없었는데...
어젯밤에는 꿈에서 우주로 가는 2층 비행기를 탔다. 내 좌석은 2층의 맨 앞자리였다. 창 밖으로 깊고 깊은 어둠 속의 큰 행성들이 보였다. 그 크기에 압도되어 두려움과 동시에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더라. 가만히 보고 있자니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어쩔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쩌지 못할 일들이 앞으로도 더 많아지겠지. 나의 무의식은 앞으로 계속해서 생겨날,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건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토토의 마음은 나아졌으면 좋겠다. 나의 몸도 빨리 나아지길 바란다. 그래서 어떤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다 들어줘야지. 같이 얘기하고,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