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MRI 대기실

by 나로살다

국민 건강 보험 관리 공단에서 우편이 도착했다. 은우의 산정 특례가 올해 5월에 종료된다는 메세지였다. 만약 종양이나 관련 중증 질환이 존재한다면 재등록 신청을 하라는 안내도 있었다.


치료 종료 후 5년인 줄 알았는데

확진일 후 5년이었구나.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5년이라는 시간이

한 덩어리로 휙 지나간 것 같은데

병원에서의 사진을 보면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기저귀찬 돌쟁이였을 때부터 환자복을 입고 있었으니

정말 긴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산정특례가 끝나면 90% 이상 지원받던 치료비가

이제 본인 부담으로 전환된다.

지금 촬영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MRI 도

내년부터는 70만원 이상의 비용이 청구될 것이다.



확진 후 5년간 병이 없다면 완치로 간주한다는데

어디서도


'완치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라는 메세지는 없다.



병원에서야 당연히 그런 확정적인 말을 해주지 않고,

계속 평생에 걸쳐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열린 결말 뿐이다.


MRI 가 종양의 재발을 점검하는 검사라서

검사를 할 때에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뱃속 깊은 곳부터 불편한 긴장감이 자리를 잡고 올라오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원래 MRI 찍는 날이라 하면

유모차에, 아기띠에 온갖 준비를 다 해오고

혈관 잡는 순간부터 따발총처럼 아이가 울까봐

노래를 하고 말을 걸고 장난감을 흔들어제끼느라

온 몸이 땀 범벅이 된 상태로 대기하다가


무시무시한 마취진정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아기띠에 은우를 안고 검사실 안으로 들어가

프로포폴이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목이 꺾일 수 있으니 목뒤를 잘 받쳐야 한다는 설명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대여섯명이 둘러싸고 있는 MRI 기계 속에 은우를 눕히고 돌아서 나오는 길에 얼마나 울었는지.


혹시 검사중에 응급상황이라도 생길까봐

머리와 척추를 찍는 40~50분의 시간동안 검사실 앞에서 꼼짝도 안하고, 화장실도 달려서 다녀오며 초긴장 상태로 대기했었다.




진정에서 깨어나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약기운에 헤롱헤롱 대는 아이라 아기띠를 해도 뒤로 고개가 휙 젖혀질까 조심조심하고

차에 앉힐때도 혹시 호흡이 어렵지 않나

수시로 사이드 미러로 살펴보며 귀가했었다.


은우가 20키로 넘으면서부터는

도저히 아기띠를 할수도 안고 갈 수도 없어서

충분히 벤치에 앉아서 잠을 깨던지,

아니면 천천히 살살 걸어가던지 해야했다.




오늘은 어떻게 깨워서 데려가야 할까.

간호사 선생님께 부탁드려서 아예 조금 더 재워달라고 할까.


분명 잠이 깨고 나면 배고프다고 성을 낼텐데

두 시간이나 있다가 물을 마시고 그 후에 밥을 먹어야 하는 지침을 이번에는 몇십분 어겨야 할까?



이리도 고생스러운 여정이지만

사실 검사를 제때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원래 일정은 지난주였건만,

그 전 주에 머리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해

스테이플러로 봉합하는 일이 발생, MRI 를 취소했다.

(몸에 금속 물질이 있으면 MRI 촬영을 할수 없다)



다시 일정을 잡으려니 10월 이후나 가능해서

이번달 안에 찍으려면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셨었다.


입원 환자는 외래 시간 외에도 아침일찍, 새벽, 밤 늦게도 검사를 할 수 있어서 긴급한 상황에는 입원을 하곤 했다.



입원 준비를 마치고 떠나려는 찰나,

외래 한 자리가 취소되었으니 은우가 올 수 있느냐를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지금 운좋게도(!) 외래 시간에

MRI 대기실 앞에 앉아있는 것이다.



아이가 마취되는 모습을 보는 건

몇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음이 저리고 아린다.

너무 속이 상하다.



나는 또 이 자리에서

30분간 초긴장 상태로 앉아있을 것이다.


안 그런척 하면서 핸드폰을 하면서.


검사실 문이 열릴 때마다

귀 뒤의 근육이 경직 되는 것을 느끼면서,


그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잘 지켜봐주세요.

아침에 살짝 쿨럭, 기침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괜찮겠지.


선생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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