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잡을 수 있다면 바스락 하고 소리가 날 것 같은
쾌청한 바람이 이마에 와 부딪친다.
끝을 알 수 없이 늘어서 있는 거대한 가로수를 올려다보니
몇 번째 나무에서부턴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바람에 나뭇잎들이 서로 등을 비벼대는 소리가 사사삭 난다.
바람에는 꽃인지 빵인지 향긋하고 기분좋은 냄새마저 섞여있다.
- 벌써 꽃이 폈나?
어디에서 나는 꽃향기인지 알아볼 양으로 두리번거려보지만,
어디에서도 꽃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빵집도 마찬가지다.
- 언니! 언니 맞지?
파란 단발머리를 한 외국인 소녀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맹한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니 그 소녀는 아름다운 핑크빛 동공을 크게 뜨고 내 표정을 살핀다.
- 나야, 희재.
아니다. 내 동생 희재가 아니다.
목소리도 다르고 키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무엇보다 내 동생은 한국인이다.
황망한 시선을 어디 둘지 몰라 뒷걸음질 치고 있는데, 소녀가 내 팔을 탁 잡는다.
- 언니, 진정하고. 원래 처음 들어오면 다 그래. 따라와봐.
팔이 잡혀 끌려가는 내 발소리가 탁,탁,탁 들린다.
내려다본 내 발에는 처음보는 운동화가 신겨있다. 새 신발을 신은 것 같은 생경한 느낌이다.
- 여기 거울 봐봐.
눈 앞에 대형 전신 거울이 있다.
아니, 전신 거울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벽 전체가 거울로 지어져있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그 앞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는데,
그들 중 몇은 고함을 지르거나, 환호성을 외치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공포에 질려있거나,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거나
각양각색의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어붙은 채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을 만져보고, 다리를 굽혀보고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