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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Nov 30. 2020

원효대사의 육아법

휴직 214일째, 민성이 D+463

'아빠, 저 외출 준비 끝났어요. 친구들이랑 같이 나갈 거예요!' / 2020.11.28. 우리 집 앞


휴직을 하고 나선 '월요병'을 앓지 않았다. 일요일 저녁에도 심장이 쿵쾅거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말이라고 푹 쉬는 것도, 월요일이라고 출근하는 것도 아니었다. 휴일과 평일의 경계는 그렇게 늘 희미했다. 


하지만 어제(29일)는 달랐다. 온종일 주말이 끝나지 않았으면,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이 글이 브런치에 올라왔다면,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어김없이 월요일은 왔고, 나는 민성이와 단 둘이 남겨졌다.


아이를 돌보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피곤하고 무기력했다. 답답했고, 화가, 짜증이 많아졌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나는 매일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때 어린이집 합격 전화를 받았다.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아이를 돌봐주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생기자 내 감정은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어린이집이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다(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월요병이 도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제 설거지를 하면서, 신나게 뛰어노는 민성이를 보면서, 샤워를 하면서 생각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그러다 문득 9월 중순,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민성이가 어린이집을 못 가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등원을 시작하고 한 달 정도 지나서, 아이는 돌발진을 앓았고, 결국 나흘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환자복을 입은 아이(1),(2)). 


병원 생활은 고달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좁은 병실엔 나와 민성이 둘 뿐이었다. 아이는 틈만 나면 손등에 꽂혀있는 수액 바늘을 떼내려고 했다. 아이를 먹이는 것도, 재우는 것도, 놀아주는 것도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민성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매트가 깔려있고, 장난감과 인형, 책이 가지런히 정리돼있는 우리 집, 그곳은 우리 부자가 나흘간 묵었던 병실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고 했던가. 답답하긴 하겠지만, 민성이가 돌발진을 앓았던 그 일주일을 돌이켜보면, 집에서 애 보는 건 일도 아니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힘들 땐, 지옥 같았던 그 며칠을 떠올려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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