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219
TV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채널을 고정시키게 만드는 장면들이 있다. 드라마가 재미있을 때도 있으나 항상 같은 시간을 기다릴 정도의 열성은 없는 듯하고, 스피디한 시대를 좋아하진 않지만 나 또한 다이제스트판을 기웃거린다.
얼마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고 있었다.
처음엔 딸이 엄마를 찾는 장면이었다.
지독했다.
그 딸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식어버린 채 쓴맛만 남아있는 커피를 입안에 물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른 날 같으면 같이 울었을 페널들도 담담하니 말이 없다. 말을 잃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른들마저도 듣고 있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살아온 그 마음은 얼마나 해지고 닳고 상처 났을까.
나는 무엇엔가 모를 반감으로, 지독하다는 말을 찾아내고 그 장면을 넘긴다.
세상이 참 넓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또 그만큼 사람들의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 인생들도 많다.
다음 등장한 사람은 어릴 적 큰 신세를 졌다는 의사 선생님을 찾는다고 한다.
착한 의사.
그럴 수 있는 사연이다고 생각했다. 가난해서 살기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줬다는 미담사례는 흐뭇한 기사거리는 되더라도 대한민국이 그리 삭막하기만 한 땅이 아니기에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이야기 하나라고 생각할 즈음에 그 의사 아저씨가 등장한다.
마의 장삼.
소름이 확 끼쳤다.
아, 그 착하다던 의사 아저씨는 늙은 스님이 되어 나타났다.
여자 출연자가 한마디 거든다.
- 아무런 말이 없으셔도 스님 나오시는 거 보고 그저 끄덕거렸습니다.
남희석이 스님에게 묻는다.
- 왜 스님이 되셨는지요?
젊어서는 사람의 육신의 병을 고치는 의사를 해봤고 나이 들어서는 마음의 병을 고치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고····
모두들 말이 없다.
나도 말을 잊었다.
스님을 찾았던 아들의 어머니가 설렁탕을 대접해 드리고 싶다고 그런다.
남희석이 우스개로 그런다.
- 아주머니, 어쩌지요. 스님이라서?
스님이 여유롭게 말을 던진다.
-'불가의 이것저것들을 사람들이 더 조여 멘다. 실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주는 것에는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놀라움에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질문이 생긴다.
똑같은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