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유명한 미치 앨봄의 소설, 매직 스트링에 나오는 환상적인 대목을 소개한다. 그 책 11 페이지 - 바흐, 모차르트, 조빔, 루이 암스트롱, 에릭 클랩턴, 필립 글래스, 프린스. 난 그들이 태어나는 순간 작은 손을 뻗어 나를 붙잡는 것을 느꼈죠. 비밀을 알려줄게요. 재능은 이런 식으로 받는 거예요. 갓난아기가 눈을 뜨기 전에 우리는 밝은 색깔들들이 되어 그 주위를 돌아요. 아기가 처음으로 작은 손을 움켜쥐는 순간, 사실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색깔을 잡는 것이에요. 그 재능들은 평생 그와 함께해요. 운이 좋은 사람들(음, 내 생각에는 운이 좋은 것이죠)은 나를 선택하죠. 바로 음악이요. 나는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의 모든 콧노래와 휘파람 속에, 기타 소리와 피아노 소리 안에 깃들게 되죠.
난 여러분을 살아 있게 하지는 못해요. 내게는 그런 능력이 없어요. 하지만 영향을 미칠 수는 있죠. - 내 보라색 색연필은 춤을 추며 줄을 그었다. 선 線이 되는 줄, 예쁘게 그어 놓은 줄은 때때로 선 善이 되기도 한다. 착하게 멋지게 그리고 근사하게.
이즈음 입맛이 없다. 더위는 한고비를 넘겼지만 아무렴 순하기만 할까. 입이 가만 꼼짝하고 있으면 마음이 덩달아 심심해진다. 나 몰라라, 그러면서 밥도 거른다. 한 발 더 나가서 세상이 낯설게 보이는 곳을 찾아가 중얼거린다. 떠나야지, 해를 따라가다 땅 끝에 닿고 마는 날들이 하루 이틀 사흘. 옛날 가요라도 틀어놓고 방파제를 오래 걷는다. 하루 이틀 사흘, 꼭 그럴 때 손에 잡히는 것들.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 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청춘이라는' - 심보선, 청춘 일부.
모든 계절은 생명을 키운다. 그것은 시련일 수도 있고 가르침이 되기도 한다. 계절도 서툰 날이 있다. 표정 없는 세월이 한순간이라도 있을까. 여름이 지나가면 사이타마현 치치부시에는 하늘의 푸르름이 한층 깊어질까. 숲에는 베이스 기타가 둥둥, 아오이는 음악을 사랑하는 소녀, 아오이는 아카네를 사랑하는 동생, 아오이는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
만약에 그대, 13년 전에 사랑하는 이가 떠났다고 한다면, 그래서 살아야 했다면, 혼자서 그래야 했다면 지금 그대는 무엇을 켜고 있을까. 그대의 손은 어떤 악기를 쥐고 오늘을 연습할까. 음악 같았을까. 그것은 그랬을까.
< 삶이 연주가 아니라 연습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아카네는 혼자서 어린 아오이를 지키다가, 엄마처럼 요리하고 아빠처럼 기다리다가, 하늘 같아졌습니다. 하늘도 푸른, 음악도 거기 담고 눈물도 담고 사랑도 담아서, 푸르렀습니다. 아카네는 그렇게 우는구나. 아오이도 아카네도 삶을 연습합니다. 끝나지 않는 연습, 아오이는 언니 아카네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아카네가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길 소원합니다. >
아카네의 음악은 신노스케, 헤어진 적 없는 헤어진 연인, 신노스케.
시적 詩的이라고 말하면 좀 우습다. 그럴 줄 알았다며 웃기라도 하면 태연하게 말해줄 것이다.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 그대야말로 손뼉을 치며 좋아했겠구나. 그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는 조금 어렵지 않나, 그렇게 끝나는 이야기보다 할 말이 넘쳐서 힘들잖아. 나는 소년 신노스케가 사당에 갇힌 채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생령 生靈'으로 나타나 아오이와 아카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돕는 네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어려웠겠다, 그런데 즐거웠겠다. 마치 좋은 노래를 함께 연주하는 밴드처럼, 그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해가 됐어. 아오이를 데리고 공중을 뛰어다니는 신노가 아주 잘 이해되더라고. 아오이가 사는 세상은 선 線이면서 선 善 하잖아. 줄이 모이면 곡이 되는 세상이잖아.
사람 셋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으니, 그중 착한 이를 좇고 그중 착하지 못한 사람을 보고서는 나를 고친다. 너희는 셋이 환상적이었다. 아오이, 아카네, 신노스케도 멋졌고 과거의 신노스케와 현재의 신노스케 그리고 미래의 신노스케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었다. 나도 그 옆에 앉아본다. 너희가 나오는 장면에 나도 끼어서 하나를 연주하고 싶어졌다. 내가 놓았던 나를 왼쪽에, 그런 나 때문에 허공 같았던 나를 오른쪽에, 배경으로 어떤 색을 고를까. 여름은 파도가 일어서는 호쿠사이 北斎의 블루도 좋을 거 같아. 춤추고 싶어 졌거든.
그 말은 잊지 않기로, 그리고 처음부터 한 편의 시를 깊이 읽은 느낌이었다는 말도 덧붙일게. 내가 간직하고픈 문장은, '우물 안 개구리는 큰 바다를 알지 못하지만 하늘의 푸르름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