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0일은 설날이자 여행 출발일이다. 차례상이 차려지고 떡국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호주를 상상하며 홀로 흐뭇했다. 한 끼라도 더 먹여 보내고 싶어 하시는 어머님께 여행핑계를 대고 부리나케 수원 집으로 향했다.
거실에 펼쳐진 여행가방 속 물건들과 목록을 다시 한번 비교하고 확인한 후 지퍼를 닫았다. 세 개의 가방을 줄 맞춰 현관에 세워두고 집안 청소를 했다. 쓰레기도 버리고 문도 꼼꼼히 닫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도 다 뽑았다. 같이 살고 있는 식물들의 물도 갈아주고 볕이 좋은 곳으로 옮겨 놓았다. 제발 살아 있어 줘!
17시 집을 나섰다. 자동차 시동을 켜고 다시 한번 여권과 카드를 확인했다. 두근두근 벌써 심장이 벌렁거렸다. 각자 자리에 앉은 채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가족사진을 찍고 드디어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사실 공항까지 이동수단도 고민을 좀 했었다. 10여 일 넘게 장기주차를 하려니 금액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처음엔 공항버스를 이용하려 했었다. 그런데 다자녀는 주차요금이 할인이 된단다. 그것도 무려 50%, 반값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태국을 갔을 때 그런 혜택을 받았던 것도 같았다. 계산을 해보니 다섯 명이 공항리무진 버스를 왕복으로 이용하는 비용과 주차요금(할인은 받을 경우)이 별 차이가 없었다. 맘 편히 자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주차대행서비스 예약은 역시나 남편의 몫이었다.
미세먼지로 희끄무레한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해를 바라보며 서쪽으로 향했다. 저 멀리 바다를 가로지르는 인천대교가 보였다. 다리를 만든다는 생각은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건지 볼 때마다 궁금하다. 바다를 건넌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현실로 바꾼 기술력 또한 감탄스럽다. 이 공사에 참여한 누군가는 다리를 건널 때마다 '이 다리 내가 만들었어!'라고 말하겠지. 이런저런 생각 속에 거대한 다리를 건너 곧 공항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내부가 한적해 다행이었다. 남자 셋이 캐리어를 하나씩 맡았고 나는 막내 손을 잡고 이동했다. 들어서자마자 마자 공항에서의 인증 사진을 찍었다. 어느덧 만 15, 12, 10세 라니 정말 많이 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