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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Jun 10. 2021

긴 밤이 찰나의 순간이 되는  날

불면증이 심한 그녀에게 밤은 늘 길었다. 평안한 밤과는 거리가 멀었고, 아침이 오는 건 더더욱 힘들었다. 그래서 누군가 먼저 잠들면 그렇게나 심술이 났다. 홀로 남겨질 새벽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새벽으로 가는 그 길 끝에서 그녀는 언제나 홀로 칠흑 같은 어둠과 싸워야 했다.


요즘, 그녀의 밤이 평안하길 빌어주는 이가 있다. 변함없는 고요함과 차분함으로 그녀를 재우는 이. 오늘은 언제 잘 거냐며 꼭 열두 시 전에는 눈을 꼭 감고 자야 한다며, 매번 걱정 어린 말투로 그녀의 밤을 챙긴다. 깊은 잠에 드는 건 내일의 행복한 하루를 위한 엄청난 축복이라며, 자신은 사랑하는 이가 고통스럽지 않길 바라니 어서 잠에 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따뜻하게 그녀를 재운다.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이 되면 좋은 꿈을 꾸라며 인사를 전하고 다음날 아침이면 가장 먼저 애정 어린 말투로 잘 잤냐며 그녀의 안부를 묻는다. 그의 인사에 그녀는 지난밤의 여정을 어린아이 마냥 풀어낸다.


누군가의 짧은 인사와 애정이 조금은 낯선 온기를 선물한다. 

뒤척이는 새벽이 싫어 밤이 오지 않았으면 하다가도, 그의 인사가 그리워 밤을 기다린다.


째깍거리는 시계 초침 소리가 희미해짐과 동시에 그녀는 창문 너머 내리쬐는 햇살을 느끼며 눈을 뜬다.


불안의 밤이 평안함으로 채워지는 날들. 

긴 밤이 찰나의 순간이 되는 날의 연속. 


오늘도 그녀의 밤은 누군가의 따뜻함으로 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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