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잃어버린 우리?"
오늘도 회색빛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도심 속 거리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화려한 광고판이 도시를 눈부시게 밝히고 있지만, 그 속을 채우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딘가 텅 비어 보인다. 불현듯, 각자의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기며 같은 궤도를 걷고 있는 듯하지만, 그들 속에서 나만 홀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이 도시는 언제부터 이렇게 무채색이 되었을까? 아니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빛을 잃어버린 걸까?
하루의 끝자락,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어 SNS 속 세상을 스크롤한다. 반짝이는 여행지의 풍경, 근사한 식탁 위의 요리, 최신 유행을 반영한 옷차림. 모든 것이 너무나도 완벽하고 행복해 보인다. 나도 모르게 나의 일상과 그들의 모습을 겹쳐 보며, '나는 왜 저렇게 살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스며들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는 타인의 삶에 너무 쉽게 매료된다. 타인의 취향에 이끌려, 나의 선택은 희미해지고, 나만의 길은 점점 멀어진다. 세상에 비치는 그들의 빛나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닿아야 할 이상향처럼 아득하게만 보인다. 그들의 취향을 나의 것으로 삼고, 그들이 선택한 길을 나의 길로 여긴 채 우리는 그들처럼 살고 싶어 한다. 그들의 삶은 반짝거리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비교하며 초라함을 느낀다. 때로는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싶어질 정도로.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모습이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했고,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좇으며 무던히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든 노력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앞서가는 이들의 그림자를 따라가기 바빴다.
문득, 이렇게 묻고 싶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러나 그런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점점 타인의 취향과 사회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색깔을 점점 잃어갔다.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취향을 탐닉하는 일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 되었다. 소셜 미디어는 끊임없이 우리를 남과 비교하게 만들고, 끊임없이 더 나은 삶을 갈망하게 한다. 타인의 삶에 나를 비추며, 그들과 같은 행복을 누리고자한다. 그것이 나쁘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나만의 고유한 빛과 소중한 욕망을 잃어버리기 쉽다. 타인의 삶에 매달리다 보면, 어느새 나는 그저 따라가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나의 빛은 점점 바래지고,
회색의 그림자 속에 묻혀버린다.
어느 날, 문득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들을 바라보았다. 별들은 저마다의 빛을 품고 있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다른 별들과 섞여도 여전히 고유한 색을 잃지 않는다. 그 순간 생각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 타인의 삶을 쫓아가는 걸까? 우리의 사회는 언제부터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을까?
바이런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이 문득 떠오른다. "이 생각이 사실인가? 이 생각이 정말로 사실인가? 이 생각을 믿을 때 나는 어떤가? 이 생각을 믿지 않을 때 나는 어떤가?" 이 질문들은 단순한 자기 성찰을 넘어, 타인의 취향과 삶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일깨우는 질문이 된다.
화려해 보이는 그들의 성공과 행복이 진정으로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이 자랑하는 삶의 조각들이 진정 내 마음을 울리고 있는가? 아니면 나는 그저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타인의 취향을 나의 취향인 척하며 따라가고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을 통해 깨닫게 된다. 내가 타인의 삶에 기대어 나의 기준을 흔들고, 내 빛을 감추려고 했던 순간들이 ‘진짜 나’를 얼마나 흐릿하게 만들었는지를.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고, 타인의 삶을 따라가도록 부추긴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새로운 트렌드 기술에 우리는 더욱 빠르게 그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 속에서 타인의 취향을 따라가는 삶은 결국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왜곡시키고, 나만의 고유한 빛을 감추게 만든다.
몇십억 인구가 사는 이 지구에, 그 누구도 같은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유일무이하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변화 속에서도 나의 빛을 간직하고 싶다. 그래서 더더욱 다른 이들의 성공이 아닌, 나만의 기준, 그것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는 삶의 방향이다.
네온 사인이 반짝인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회색 도시 속에서도, 개개인의 가장 찬란한 빛은 여전히 존재한다.
모두가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되찾고, 그 빛을 잃지 않는다면, 이 도시도 더 이상 무채색이 아닐지도 모른다. 각자의 색깔로 물든 도시, 각자의 빛으로 가득한 세상이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다시 우리의 길을 찾아 나선다.
다른 이들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나만의 빛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방식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