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린 Oct 13. 2024

5. 고용 불안의 뫼비우스 띠

"불안, 그것은 진정 나의 것일까?"

고민과 불안이 나를 감싸고 돌 때면, 끝이 보이지 않는 뫼비우스띠 속에 갇힌 기분이 든다. 머릿속에선 무언가 해결해야 할 것이 분명한데, 해결책은 어딘가에 숨어 있는 듯 잡히지 않는다. 요즘 들어서 유독 이런 감정에 휩싸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알 수 없는 불안, 바로 그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고용 불안’이라는 무게는 우리 청년 세대에게 깊이 새겨진 상처처럼 아프게 느껴진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일도, 삶의 평화를 쫓는 일도, 이 모든게 마치 하늘의 별을 따는 일처럼 느껴지고, 하루가 멀하다고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다. 나 또한 그 별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매일 발버둥 치지만, 가끔은 이 모든 노력이 헛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얼마 전, 친구와 함께 한 카페에서 문득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친구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불안하다고 했다. "이 자리가 정말 나를 위한 건지 모르겠어," 커피를 젓는 친구의 손이 떨리는 듯했다.


나는 무심코 "그럼 나와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건 어때?"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들렸을지 잠시 후 깨달았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일이 너무도 버거운 현실 속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기란 쉽지 않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나 자신을 찾자니 그 또한 두려운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인지 그 누구보다 절실히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으면서도, 나의 삶이 아니라고 느껴진 순간의 말이란 참으로 쉽고 가볍다.


친구와 나, 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는 어쩌면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언제나 높은 기대와 기준을 강요한다. 하루하루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때로는 그 기준이 너무 높아서 닿을 수 없는 것만 같다. 결국 불안과 친해질 수록, 기준에 짖눌릴수록 자신을 탓하게 된다.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끝없이 떠오른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불안이 밀려온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과연 옳은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 이 모든 것들이 일상에 드리워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고용 불안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서 우리의 자존감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사회는 안정적인 직장과 경제적 성공을 마치 인생의 목표처럼 내세운다. 그러다 보니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은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시선 속에서 스스로를 자책했던 순간들이 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내가 이루지 못한 성취에 좌절하면서 내 가치는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어쩌면, 나 자신보다도 더 큰 문제는 바로 그런 사회적 기준을 나도 모르게 내면화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친구가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친구는 수년간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늘 자신이 이 길을 걷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왔었다고 했다. 내가 그에게 농담처럼 "네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해보면 어때?"라고 말했을 때, 친구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불안했고, 두려웠지만, 끝내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가고 있는가?" 친구의 용기 있는 결정은 나에게도 적지 않은 울림을 주었던것 같다.


문득, 3년 전 새로운 길을 선택하며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두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의 불안과 두려움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그 선택 덕분에 지금 나는 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물론 이 길이 순탄하고 말할수는 없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잃었고, 더 많은 고난이 따라왔다. 견뎌내야하는 책임의 무게, 홀로 개척해가야하는 새로운 길,고독이라는 짐까지. 하지만 돌이켜보니 분명 잃은것 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다. 불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 만약 불안이 자신을 어둠으로 이끌고 있다면 불안을 대하는 자세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가?”

“그 불안의 근원은 어디인가?

“나의 것인가 혹은 외부의 것인가?”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문다.




불안이 삶에 스며들 때마다, 이 구절을 떠올리곤 한다. "당신을 죽이지 못하는 것은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든다." 나는 그 말을 잊지 않는다. 불안에 죽지 않는다. 불안은 결코 적이 아니다. 고민과 불안 속에서 길을 잃을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결국 그 순간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불안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안에 숨겨진 힘을 발견하게 하는 도구였다.


불안의 근원을 들여다본다. 파헤친다. 그래야 한다. 그 끝에 탄생할 새로운 내일을 위해서라도.


나 역시 여전히 불안과 고민의 고리 속에서 길을 찾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나를 흔들리게 했던 그 두려움들이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음을, 지금은 안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길이 있고, 그 길은 우리만이 만들어갈 수 있다. 불안이 그 길을 막아서지 못하도록.


*오늘의 질문 :

"당신은 지금 당신이 느끼는 불안의 근원을 마주하고 있나요? 그 불안은 당신을 어디로 이끌고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