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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Dec 26. 2018

태양의 신 Ra

이집트 : 다합

새벽 한 시, 일출을 보기 위해 시나이 산에 올랐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그 위에 밝게 빛나던 달과 별. 달빛에 의지해 별을 길잡이 삼아 황량하기 그지없는 돌산을 올랐다. 추운 바람에 움츠러드는 몸을 달래며,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여명을 알리는 시간. 지평 선 너머로 보이는 붉은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 빛으로 하나 둘 제 이름을 얻어가는 세상은 늘 그렇듯 경이로웠다. 신이 만들었다는 천지창조의 순간이 이랬을까.


‘시나이 산’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고 알려진 이 산은 풀 한 포기 살지 않은 흔한 산악지대이다. 모세는 이 산을 오르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여전히 인간은 높은 곳을 향해 오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침묵을 유지한 채 정상을 향해 간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오르고 또 오른다. 인간들은 이렇게라도 삶에 대한 새로운 명분을 찾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올라온 길은 알 수 없다. 빛을 받은 후에야 돌아가는 길을 알 수 있다. 생명의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산이지만 묵묵히 정상을 향해 오르며 새벽의 고난을 견뎌내고 그곳에서 받았던 신의 계시는 또 다른 삶의 창조를 알리는 것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어쩌면 쓸모없어 보이는 이 땅에서 신이 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삶의 의미를 잃지 말라는 의미는 아녔을까. 




이집트 신화를 보면 ‘Ra’라는 태양의 신이 나온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태양의 신 ‘Ra’가 지구 밖 우주에서 혼돈인 어둠과 싸워 매일 아침 태양을 뜨게 한다고 믿었다. 끝없는 영원의 싸움인 셈이다. 그 싸움은 고난이자 생명 그 자체를 뜻했다. 그러니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태양의 신 ‘Ra’의 존재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춥고 황량한 사막 같은 대지 위에 빛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낮과 방의 끊임없는 항해. 해가 뜨고 지는, 지극히 당연한 순리를 이집트인들은 자신들만의 의미로 해석했다. 그것은 곧 새로운 날에 대한 감사를 의미하기도 했다. 


매 순간 당연히 여겨지는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우리에게 태양의 신 ‘Ra’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 삶 속에서 무엇을 얻고, 어떤 의미를 찾을지는 스스로 부여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공간에 있든 지금의 호흡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언제나 그렇듯 오늘의 싸움도 ‘Ra’의 승리도 끝이 났고, 다시 한번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뜨거운 태양이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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