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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Dec 28. 2022

독일 생활의 치명적 단점

아무래도 독일의 겨울에는 적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음은 우리 가족들이 손에 꼽은 독일 생활에서의 단점들이다.


1.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독일의 겨울


독일의 겨울은 오전 8시쯤 해가 떠서 오후 4시쯤이면 해가 지는 날이 3~4개월간 지속된다. 겨울 날씨가 한국처럼 매섭게 춥기 보다는 으실으실 추운 날씨와 해가 거의 안뜨는 날이 계속 지속되다보니 아무래도 사람이 우울해지고 힘들어질수 밖에 없다. 독일에서 처음 맞이하는 겨울에 사무실에서 독일인 동료 하나가 책상에 거울 같이 생긴 라이트를 켜고 있길래, 그게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독일인 동료가 말하길 태양 빛을 쐬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라이트인데 겨울에는 필수품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는, 독일의 겨울이 외국인에게만 힘든 것이 아니라 독일인들에게도 역시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겨울 시즌에 독일인들이 동남 아시아나 남쪽 유럽으로 여행을 많이 가는 이유가 힘든 겨울을 피해서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나 역시 지난 11월에 8박 10일간 평균 온도 30도였던 베트남 호치민에서 휴가를 보낼때, 베를린에서 지내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한파와 예년보다 많이 오는 눈때문에 고생을 했었다. 벌써 5번째 독일에서 맞이하는 겨울이지만, 여전히 도무지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참고로 독일 겨울은 와이프가 가장 첫번째로 꼽는 독일 생활에서의 단점이다.




2. 악명 높은 철도 시스템


워낙 잘 알려진 문제라서 새삼스러운 주제는 아닐 것이다. 집에서 대학교에 가기 위해 레기오날 익스프레스(RE)를 주로 이용하는 딸내미는 RE가 종종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있어서 불편함을 겪는 편이다. 나 역시도 지난 주에 에스반을 타기 위해 플랫폼에서 기다리다가 우리집쪽으로 오는 에스반이 더이상 운행하지 않는다는 안내 방송이 나와서, 티켓에 스탬프까지 찍은 상태였음에도 (크흙 내 3유로) 우버를 타고 집으로 와야 했다. 예전에도 언급한적이 있는 것 같은데, 철도 파업이 있는 날은 회사 HR에서 전날 미리 공지를 하고 재택 근무를 권장하는 편이다. 파업을 하면 버스나 우반은 운행을 안해도 에스반은 운행을 하는데, 에스반을 타고 가능한 한 회사 근처 역에서 내린 다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우르르 내려서 회사까지 우르르 걸어가는 경험을 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베를린 시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철도 이용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적은편인데, 베를린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다른 지역에서 베를린으로 돌아올때에는 수시로 악명 높은 철도 시스템을 경험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회사 동료 하나도 베를린 밖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일부러 플릭스 기차를 예약해서 갔다왔는데, 역시나 열차 시간 지연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고 한다. 독일에 온 이후로 기차 이용 경험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굳이 경험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는 않는다.



독일 전역의 기차를 월 9유로 티켓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3개월간은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철도 시스템에다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독일 전역에서 꽤나 많은 문제가 발생했었다고 한다. 당시 9유로 티켓을 들고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렇지 않아도 휴가에 목숨을 거는 독일인들이다보니)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와이프의 절친은 아헨에서 베를린까지 9유로 티켓으로 적지 않은 횟수의 환승을 하면서 11시간이 넘게 소요하고 온 적이 있는데, 우리로서는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은 경험담이다. 우리와 친하게 지내는 통역 이모도 남편과 기차로 여행을 떠났다가, 새벽에 갑자기 예약했던 기차가 취소되는 바람에 한겨울 플랫폼에서 다음 기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플랫폼 지하쪽에는 열차 정보가 표시되는 디스플레이가 없어서 매번 추운 플랫폼 밖으로 나와서 기차가 언제 오는지 업데이트 되는 정보를 확인해야 했다고 한다. 즐겁게 떠난 여행에서 이러한 기차 문제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된다면 그 어느 누가 제대로 여행을 즐길 수 있겠는가.


회사 동료 중에는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드레스덴에서 거의 매일 기차로 출퇴근 하는 동료도 있는데, 그러고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항상 파티에서 기차 시간 확인하면서 놀다가 가는 것이야 한국에서도 흔한 일이지만, 예정된 기차가 오지 않아 집이나 회사에 갈수 없는 경우가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리스크가 항상 존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침대칸이 있는 야간 열차를 타고 프랑스로 여행을 다녀오는데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는데, 매번 주위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보면 그냥 비행기 타고 다녀오는 것이 속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주로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여행을 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다녔기에 따로 독일의 철도 시스템의 문제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었는데, 앞으로는 취재를 위해서 일부러라도 이용해보면서 직접 경험해봐야 할 것 같다.



3. 추운 난방 시스템


우리 가족들은 각자 하나씩 독일에서 구입한 전기 장판 (독일에서는 의료 기기임)을 가지고 있다. 5년전 한국에서 가져왔던 전기 장판들은 이미 고장나서 버린적이 오래되었고, 한국 전기 장판 처럼 아주 따뜻하지는 않지만 전기 효율은 더 좋다는 독일의 전기 장판은 우리 가족의 겨울 필수품이다. 독일에서도 요즘에 지어지는 신축 건물들은 바닥 난방이 기본이기는 하지만 역시 한국의 바닥 난방처럼 뜨끈뜨끈한 것이 아니라 냉기를 없는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집은 하이쭝만으로 난방을 해야하는데,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난방이 안되기 때문에 그냥 가장 효율적이라는 수준에 맞춰서 켜놓기만 하고 전기 장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닥 난방이 안되기 때문에 실내화는 필수이고 실내 온도를 올리는게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말 춥다고 느끼면 비상시(!?)를 위해 사둔 전기 히트를 틀기도 하는데, 요즘과 같이 전기값이 오른 시기에는 섣불리 켜기가 쉽지 않다. ㅎㅎ 덕분에 일부러 따뜻한 차를 타서 많이 마시게 되는 것 같다. 아래 사진은 사무실의 TV에 장작불 영상을 켜놓고 있는 모습인데, 역시 하이쭝에 사무실 난방을 의존하고 있지만 기분만이라도 따뜻하고 아늑함을 느끼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약간은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이다. 참고로 독일 회사인 우리 사무실에서는 관리 이유로 개인 난방 기기 사용은 제한된다.



앞으로는 일부러라도 겨울 시즌에 따뜻한 나라로 휴가를 다녀야 하는것인지 진지하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https://brunch.co.kr/@nashorn7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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