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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문턱

심판의 저울

by 나바드

어느 날, 한 광장에서 세 개의 저울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저울을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누군가는 그 위에 죄를 올려놓았고,

누군가는 정의를 올려놓았으며,

누군가는 욕망을 올려놓았다.


첫 번째 저울 - 절대적 정의


첫 번째 저울은 흠 하나 없이 완벽했다.

이 저울은 오직 법과 원칙만을 따랐다.

죄를 지은 자는 용서 없이 처벌받았고,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살인은 절대악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용납될 수 없다.”

이 저울이 재판하는 도시는 완벽한 질서를 유지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두려움 속에 살았다.

잘못된 정의가 한 번 내려지면,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칸트의 도시였다.


두 번째 저울 -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두 번째 저울은 균형을 맞추는 듯 보였지만,

그 무게 추는 언제나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한 사람을 희생하면 열 사람이 살 수 있다면,

저울은 주저 없이 희생을 선택했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한 명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이 저울이 재판하는 도시는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언제든 자신이 희생될 차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벤담의 도시였다.


세 번째 저울 - 인간의 존엄


세 번째 저울은 흔들리면서도 균형을 찾았다.

때로는 법이 아닌 양심이 저울을 움직였고,

때로는 이성보다 감성이 무게를 더했다.


“모든 생명은 이유 없이 희생될 수 없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저울이 재판하는 도시는 혼란스러웠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인간으로 존중받고 있음을 느꼈다.


그곳은 시민사회의 도시였다.


나는 세 개의 저울 앞에 서 있었다.

첫 번째 저울은 냉혹했고,

두 번째 저울은 불안했으며,

세 번째 저울은 불완전했지만, 사람 냄새가 났다.


나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위에 내 선택을 올려놓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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