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배치된 낯선 5명의 동기들과 서로를 소개하면서 철로 된 3층 간이침대에 누워 군 모포를 덮어쓰고 있다 보니 추위와 함께 서러움이 몰려와 온몸이 떨렸다. 저녁 9시 30분 취침나팔소리가 울려 퍼지고 1실에 6명씩 거주하게 될 3층짜리 숙소의 길고 긴 복도에서는 쇠구슬 소리가 모래주머니를 흔들 때 나는 소리처럼 "사그락 사그락" 군홧발 소리의 장단에 맞추어 이리로 저리로 흩어지고 있었다.
아~ 어머니! 보고 싶어요... 어머니!
"꽝~ 덜커덩" 문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에 간신히 잠이 들어가던 찰나 소스라치게 놀라 3층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다 그만 천장에 머리를 찧고도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소리가 났던 문쪽을 바라보았다. 새빨간 모자를 깊고 깊게 눌러써 눈이 보이지 않는 훈련관이 우리를 쏘아보며 이렇게 속삭여댔다.
"이 자식들 잘 자는구나~ 흐흐흐..." "연병장 집합 5분 전"
휘둥그레진 서로의 눈을 응시하던 우리는 오래전부터 몸에 익힌 것처럼 재빠르게 일어나 복도 끝 계단을 뛰어내려 가고 있었다. 사방에서 동기생들이 벌떼처럼 늘어나면서 연병장을 향해 뛰는 낯선 길에는 오직 발자국 소리와 헐떡이는 숨소리만 가득했다.
"너 기준""기준~""더 크게 기준~~""기준~~~~"
바다를 등지고 빨간 모자를 눌러쓴 훈련관 여러 명과 작은 단상에 올라선 훈련대장의 모습이 마치 악당들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각 중대와 소대를 찾아 오와 열(대열에서 앞줄과 옆줄)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훈련관들은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가면서 혼동과 혼란에 휩싸여 허둥대는 우리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빨리빨리 오와 열 맞춰~" "동작 봐라 이 자식들" 하면서 가려진 눈과 입에서 레이저를 내뿜고 있었다.
단상 위에서 미동의 움직임도 없던 훈련대장이 인원 보고와 집합 끝 경례를 받고는 묵직하게 한마디 던졌다.
"해군 빵빠레가 어떤 맛인지 보여주겠다!"
그리고는 특유의 군인 명령조의 말투가 시작되었다. "양팔 간격 좌우로 나란히~" 어느덧 오와 열을 맞추자 훈련대장은 "상의 탈의~실시!"라는 충격적인 명령을 내렸다. 뛰어 내려올 때는 정신이 없어 느끼지 못했던 매섭도록 날카로운 겨울 바닷바람이 온몸을 헤집고 들어와 오들오들 떨고 있는 우리들은 서로를 흘깃 쳐다보면서 마지못해 입고 온 겨울 잠바를 벗기 시작했다.
"빨리빨리 벗어라~ 남김없이 상의 다 벗어~" 여기저기서 겨울바람처럼 매서운 훈련관들의 명령 소리가
사나워 정신없이 옷을 벗어던지자 훈련대장은 더욱 청천벽력 같은 명령을 내렸다. "하의 탈의~ 실시!"
햐~ 이건 진짜 아닌데.. 설마.. 에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도 다들 하의를 벗고 있었다.
몇몇 동기들이 빠르게 팬티까지 벗어 버리자 훈련대장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자한 한마디 명령을 했다.
"야 인마~팬티는 입어라~!"
결국, 우리는 팬티 한 장을 걸치고 검푸른 겨울밤 바다를 마주하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훈련대장은 다시 연달아 명령했다.
[일명 '해군 빵빠레' 모습 중 뒤로 취침 장면]
"양팔 벌려~" "다리 벌려~" "입 벌려~" "앞으로 취침~""뒤로 취침~" ...
냉랭하게 쏟아지는 명령에 혼비백산한 우리는 거의 알몸으로 난생처음 하는 어정쩡한 자세를 연출하며 온몸으로 진해의 겨울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비수들이 살갗을 찌르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후에 해군 빵빠레가 끝나고 귀중한 옷들을 챙겨 입고 나서 좁은 간격으로 대열을 정비한 우리는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달래며 사람의 체온이 얼마나 따스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문득 깨닫고 있었다. 아니, 동기들의 체온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