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S(2)

해군사관후보생

by 글짓는 베짱이

2장. 진해... 그리고 해군사관학교(1996.03.20)


다음날 해군사관학교로 향하는 버스 안에는 어색한 까까머리를 매만지면서 비슷비슷해 보이는 서로를 흘겨보는 또래의 청년들이 조금은 넋이 나간 듯한 멍한 표정들로 득실거렸다. 시퍼렇게 푸르른 봄... 아니 겨울바다를 옆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이나 달려 넓디넓은 광장에 도착한 버스에서 하차하는 순간 나는 가장 늦게까지 자리에 앉아서 가능하다면 이대로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불쑥거렸다.

넓은 광장 가운데는 어느새 수많은 청년들이 맨 앞에 세워놓은 팻말에서 자신의 번호를 확인하고 대열에 합류해 줄을 서느라 아우성이다.

[맨 앞줄 경례하는 각 잡힌 훈련관들]

정면으로는 대운동장의 단상이 보이고 그 뒤편 계단에는 함께 배웅 온 가족과 친구, 애인들로 북적였는데 그들의 표정은 마치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찾아보려는 애타는

눈빛들처럼 분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버스들이 즐비하게 정차한 바닷가 쪽으로는 실물처럼 웅장한 거북선 한 척이 묶여 있었는데 그 안에서 불쑥 이순신 장군이라도 나타나 커다란 장검을 뽑아들 것처럼 호기롭게 넘실거리는 물결 위에서 리듬을 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내 번호가 속한 대열을 힘겹게 찾고서는 학창 시절 뒷자리에 앉았던 버릇처럼 대열의 뒤로 뒤로 이동하여 자리를 잡는 순간 정말로 찐하디 찐한 바다내음이 한 소 끔 코를 후벼 파고 있었다.

아~ 여기가 바로 진해...!!

그것도 진해의 꽃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이라는 현실감이 가슴을 훅 파고들며 계절상은 봄이 시작되었지만

한참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바다에서 차갑고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쉼 없이 온몸을 헤집고 들어왔다.


모든 식순이 끝나고 함께 배웅 왔던 가족, 친구, 애인들이 모두 떠나고 우리들만 외딴섬에 덩그러니 놓인 그림이 되었다. 조금 전까지 친절하게 안내하던 훈련관들이 각 각 소대별로 흩어져 다가오더니 우리들을 인솔하기 시작했다.


좁다란 바닷가 옆길을 따라 터벅터벅 도살장에 끌려온 소처럼 숙소를 향하는 우리들에게 갑자기 훈련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이 자식들 걷는 거 봐라~ 왼발~ 왼발~ 왼발~"

"발 안 맞추고 뭐하나~" "다시 왼발~ 왼발~ 왼발~" "어라~ 이 자식들 봐라~"


허둥대는 우리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났는지 아니면 계획된 화난 모습들인지 모르겠지만 훈련관들은 입영식을 할 때의 그들이 이미 아니었다. 호루라기를 신경질적으로 삐비 빅~~ 불던 훈련관들이 "모두 꾸부려~"라고 명령했다. "꾸부려? 뭘 꾸부리란 얘기지?"

속으로 답 모를 질문을 하면서 주위 동기들을 둘러보았지만 다들 나 같은 눈빛만을 교환하며 쭈빗거렸다. 그러자 훈련관들은 "대가리 박으란 말이야~" 하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알고 보니 육군에서 '대가리 박아'란 동작이 해군에서는 '꾸부려'라는 명령어라는 것을 깨달을 새도 없이 우리는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박고는 "아 이제 죽었구나?!"를 염불 외듯 되뇌고 있었다. 지는 해가 바닷가에 쏟아 낸 찬란한 노을빛이 반사되어 꾸부린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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