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기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이라고 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에 아기를 낳아 산후조리가 수월하고, 추운 겨울 내내 집 안에서 아기를 키워 어느 정도 자란 봄에는 함께 놀러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에 나를 낳아 키운 엄마의 경험담이다. 태어난 계절이라 그런지 가을을 가장 좋아했다. 요즘은 봄을 가장 좋아한다. 강아지와 함께 놀러 다니기에는 봄이 최고다. 형형색색의 꽃들과 함께 있는 강아지의 모습은 그 어떤 미술작품보다 감동적이다. 여름과 겨울은 강아지와 함께 하기 힘든 계절이다. 여름은 너무 더워 실내 반려견 동반이 되는 카페나 음식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곳은 많지 않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더위도 추위도 싫어하는 나에게 두 계절은 더욱 싫어하는 계절이 되었다.
그럼에도 추운 겨울이 용서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바로 꿀고구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꿀고구마라는 고구마 종류가 생겼다. 호박고구마가 가장 단 고구마였던 시절에 새로운 고구마의 등장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고구마를 요술냄비에 구우면 정말 고구마 꿀이 엿가락처럼 늘어난다. 겨울마다 꿀고구마를 시키는 단골 농장도 있다. 혼자 살지만 기본 5kg씩 주문해 먹는다. 최근에는 10kg을 주문했다. 모두 구워 냉동실에 얼려놓고 배가 고플 때마다 데워먹는다. 구울 때는 고생스럽지만 하나씩 간편하게 데워 먹을 때마다 부지런했던 과거의 나에게 고마워진다. 고구마 먹을 때마다 내 옆에서 한입 얻어먹기 위해 공손한 자세로 앉아 있는 댕댕이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댕댕이에게 어느 계절이 가장 좋냐고 물어보면 아마 겨울이라고 하지 않을까? 말라비틀어진 고구마 조각이 아닌 따뜻한 고구마를 먹을 수 있으니까.
두 번째 겨울나기 필수템은 바로 귤이다. 누가 뭐래도 겨울 최고의 간식, 최고의 과일이다. 5kg에 3만 원 안 되는 돈으로 비타민을 무제한 섭취할 수 있다. 혼자 살다 보니 과일을 좋아하지만 생각보다 먹을 시간이 없어 결국 상하여 다 버리게 된다. 조금 살 때는 비싸고 대량 구매하자니 다 못 먹는 날들이 계속됐다. 과일 귀신이었지만 점점 과일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겨울은 다르다. 소파에 앉아 극세사 담요를 덮고 드라마를 보며 귤을 까먹다 보면 어느새 한 바구니가 다 사라져 있다. 옆에서 한 입씩 달라고 보채는 댕댕이와 함께 너 하나 나 하나 나눠 먹다 보면 금방이다. 앞서 말한 꿀고구마와 귤만 있어도 겨울을 날 수 있다.
마지막은 패딩이다. 패셔니스타는 여름에는 덥게 겨울에는 춥게 입는다고 한다. 나는 패셔니스타가 될 생각이 전혀 없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입는 것이 최고다. 패딩은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겨울 한정 문신 같은 존재다. 이 옷의 따뜻함도 좋지만 다른 장점도 있다. 바로 큰 주머니이다. 캥거루처럼 주머니에 모든 것을 다 넣어 다닌다. 지갑은 물론 핸드폰과 핸드크림, 립밤까지. 겨울에는 도라에몽이 되어 주머니에서 필요한 물건이 계속 나온다. 가방이 귀찮은 나에게 딱 맞는 복장이다. 또 한 가지 장점은 편리함이다. 여름에는 집에서 노브라 상태로 편하게 잠옷을 입고 있다가 마트를 가려면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그러나 겨울에는 패딩 하나 걸치면 끝난다. 롱패딩이 있다면 신발만 신고 나갈 수도 있다. 숏패딩이 유행이지만 나는 롱패딩의 유행이 다시 오기를 바란다.
나의 겨우살이는 바라클라바로 엉클어진 머리를 가리고 두꺼운 패딩을 입은 뒤 댕댕이와 산책하며 마트에 들러 귤을 한 박스 사는 것이다. 집에 들어온 뒤 냉동실에서 얼린 군꿀고구마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워 재미있는 드라마를 틀어두고 댕댕이와 나눠 먹는다. 후식으로는 산책하며 사온 귤을 먹는다. 댕댕이도 나도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지금 귤 한 바가지 먹고 행복해져야겠다.
*글의 이해를 위한 댕댕이 소개
이름: 댕댕이(진짜 이름이 댕댕이)
나이 : 만 12세
견종 : 푸들
무게 : 6킬로쯤. 흔히 보는 토이 푸들보다는 큰 체격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알레르기 때문에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는 슬픈 강아지.
이러한 이유로 일 년 내내 고구마 말랭이만 간식으로 먹는 중.
간식을 달라고 보채기보다는 옆에 공손하게 앉아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