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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조력자가 있습니까?

by nay

국내에서 근무할 때는 잘 몰랐다.

많은 것들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잠시 근무를 해 보니 생각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간단한 것임에도 누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모호한 일도 생기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기획해서 제안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분명 한국에선 아무렇지 않던 것들인데 말이다.


조력자. 말 그대로 도와주는 사람.

조직 체계가 잘 갖춰지면 시스템이라는 형태로 일이 돌아간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시스템이 있어도 그것을 움직이는 주체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 주체가 바로 사람이다. 어떤 일을 도모하려면 무엇이 동반되어야 할까? 다수의 동의?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주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정작 일의 기획 단계에서는 소수의 핵심 인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의사 결정자를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의견을 줄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여기서 말하는 조력자다.


친한 사람, 동료가 반드시 조력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친하면 좀 더 원만하게 일이 만들어지기 쉽다. 그러나 친한 관계일지라도 일은 일일 뿐, 냉정한 의견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조력자라고 할 수 있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업무 기획이 아닌 이상 객관적인 평가가 좋은 기획에 도움이 된다. 분명 좋은 사람인데 회사 일에 있어서만큼은 딱 선을 지키는 동료가 있다. 나와도 친분이 있지만 가끔 그의 태도를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아, 너무 심한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객관성 유지 (기계적 중립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런 점 때문에 난 오히려 같이 일을 하고 싶다. 적어도 나의 편견과 좁은 시야를 교정/정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낫다는 생각이 그 이유다.


그러면 나 스스로 좋은 조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정답은 없다. 다만 이런저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답을 내보면 '다양한 관심'이 아닐까 싶다. 인간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겠고.. 회사의 여러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앞으로 어떤 일들이 진행될지 관심있게 바라보자. 즉 서로의 니즈를 발견해 내야 한다. 그러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와 역할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무언가 의견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타이밍을 잘 잡도록 하자. 그리고 기대를 살짝이라도 넘을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면 그들에게 나는 꽤 괜찮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엔 물론 반대 의견도 낼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전략적이고 비인간적인가? 요즘 일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연구를 잘 꾸려서 운영해야 하는데 나의 생각에 힘을 실어줄 한 사람 한 사람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국이었으면 '안하고 말지' 했을 법한 일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필요한 조력자, 그리고 남에게 필요한 조력자로서의 나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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