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by nay

브런치를 먹으러 광교에 있는 카페거리를 찾았다. 맛있는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많지만 단점은 주차가 쉽지 않다는 것. 가기로 결정한 가게 앞으로 차를 몰고 가보니 한 대가 이미 주차를 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근처에 혹시 차를 댈 곳이 있는지 직원에게 묻기 위해 내렸다.


"근처에 어디 차 댈만한 데가 있을까요?"

"저희 가게가 쓰는 곳은 여기 (문 앞) 밖에 없어서요"


영 귀찮고 퉁명스러운 말투다. 자기는 잘 모르겠으니 손님이 알아서 하라는 태도에 살짝 기분이 상했다. 하도 많이 물어봐서 그런가 싶었다. 아내가 그 사이에 한 바퀴를 크게 돌고 다시 돌아왔는데, 여전히 아까 그 차는 주차에 고전 중이다. 보아하니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분 같았다. 겨우 차를 댄 후 점원과 나누는 대화를 들었는데, 결론인즉 예약이 안되어서 그냥 가셔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횡재한 기분으로 덕분에 우리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차를 하는 동안에 가만히 있던 그는 우리가 차에서 내리니 한 마디 한다.


"여기 이렇게 대면 문 앞이라 열 수가 없습니다"


살짝 짜증이 났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이라 결국 다시 시동을 켜고 조금 옆으로 댔다. 예약석에 앉자마자 조금 전 상황에 대해 아내에게 말을 했다. 일단 첫 번째, 우리가 주차를 하고 있을 때 적어도 한 번쯤 미리 어느 방향으로 주차를 하는 것이 좋은지 귀띔을 해줬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다 정리하고 들어가려는데 주차 다시 하라니 좀 그렇다. 두 번째는 아까 예약 안 한 손님. 자리에 앉아 주문 후 상황을 보니 예약 안된 손님들을 계속 돌려보내고 있었다. 사실 주차에 고전하던 우리 앞팀은 이미 일행이 이미 내려서 계속 서 있었는데, 종업원이 한 번 예약 여부를 물어봤더라면 그들이 힘들게 차를 대는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음식이 쉬이 나오질 않았다. 아들은 배 고프다고 그러지, 사실 나도 좀 배가 고프던 차에 화나는 일이 생겼다. 우리보다 늦게 온 손님들에게 식사가 나가고 있지 않은가. 미리 메뉴까지 예약을 해둔 것 같지는 않았던 것 같아 참지 않고 직원을 불렀다. 아까 주문을 받아간 직원에게 볼멘소리로 '왜 우리 것은 나오지 않느냐, 주문이 제대로 된 것은 맞느냐'하니 당황하는 눈치였다.

황급히 자리를 떠난 그가 주문서를 확인하고, 우리 쪽을 한 번 두 번 다시 보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양을 보니 주문이 꼬인 듯했다. 우리 것이 아마 다른 테이블로 간 것 같았다. 우리에게 돌아와 '주문에 착오가 있어서...' 하는데 아까부터 꼬였던 심사가 폭발했다.


"하아... 저희꺼 저 쪽 테이블로 잘못 나간 거죠?"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빛이 역력한데도 어째 맘이 더 차갑게 식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정말 별로라는 표정으로 직원을 대하니 얼마 뒤 다시 돌아와 서비스로 에이드를 주겠다고 한다. 어떤 보상을 바랐던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자니 그것도 이상하고,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진상 짓을 부린 블랙 컨슈머가 된 느낌이기도 했다.


이윽고 주문했던 메뉴 하나가 먼저 나와 먹을 준비를 하는데 주문을 받았던 직원이 와서 "정말 죄송합니다"를 말한다. 얼굴도 보지 않고 '네네' 해버렸다. 잠시 후 아내가 그러는데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한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미안해지는 것이다. 음식을 먹는 내내 맘이 편치 않았다.


문득 얼마 전 아쿠아리움에서 겪었던 다른 일이 생각났다. 아침 일찍 대기 줄에 서 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가족과 함께 온 어떤 아빠가 큰 소리로 매표소 직원에게 소리를 치고 화를 내고 있었다. 자기가 첫 방문이라 어디로 줄을 서야 하는지 모르는데, 직원의 안내가 상세하지 못했고 표를 사는 줄을 헷갈려서 결국 자신들이 피해(몇 명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를 봤다는 것이었다.

그때 마구 험한 말을 던지는 그를 말리던 다른 직원이 이렇게 말을 했다.


"남의 집 귀한 자식입니다.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우리 테이블의 주문을 잘못 받아간 직원 역시 누군가의 귀한 자제, 사랑스러운 딸일 것이다. 그깟 주문 좀 밀렸다고 얼굴 한가득 안 좋은 티를 팍팍 내고, 날 선 말투로 대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기분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배가 고파서 더 예민했었나 봐'


속삭이는 아내 말을 들으니 어른이 되어서 젊은 사람에게 못할 짓을 했다 싶었다. 물론 그가 실수한 것은 인정하고 사과받아야 할 것이었지만 내 쪽에서 좀 더 좋은 반응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허기와 함께 하필 주차할 때의 기분 상함, 그리고 주문까지 실수라는 삼단 콤보가 오늘의 부끄러운 행동을 나은 것이라 자기변명을 해야 했다. 아까 보인 태도에 대해 나 역시 사과하고 싶어 졌다.


계산하면서 계속 그 직원을 쳐다봤다. 그냥 가고 싶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니 우리 쪽으로 다시 온다.

"아까는 미안했습니다"하고 말하니 그 역시 죄송했다며 또 인사를 하였다.


요즘은 ARS를 연결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안내 멘트가 무척 길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문에 말이 잘 안 들릴 수 있다는 양해와 함께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직원에게 폭언을 삼가 달라'는 것이다. 서로 얼굴 마주 보면서도 손님이기 때문에 직원을 아랫사람 대하듯이 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얼굴조차 보지 않는 전화 상으로 몰상식한 말을 얼마나 많이 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오죽하면 당신의 폭언은 녹음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낼까 싶다. 예전에 지도 교수님과 동행했을 때 교수님이 모르는 학생에게 대뜸 반말로 무언가 물어보길래 괜히 내가 낯 뜨거워졌던 적이 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면 반말로 대하고, 하대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 불편했다. 한창 젊었을 적 가졌던 당황스러운 경험을 이제 몇십 년 지난 사이에 혹시 잊은 것은 아닌가. 꼰대가 별건가. 자기 과거를 잊고 다른 사람에게 폭압적으로 대하는 것이 꼰대지.


서비스업이 많아지고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 늘어났다. 감정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까 그 직원이 남의 집 귀한 여식인 것은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것을 깨닫고 고치면 되는 것이다. 식당의 직원이 가질 기본이 있다면 손님도 가져야 할 태도가 있다. 그저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대하는 태도가 있으면 될 일이다. 조금 늦었다고 (물론 그때 우리는 너무 배고파서 예민했지만!) 그렇게까지 대할 것은 아니었단 말이다. 오늘의 일을 거울 삼아 성숙한 소비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모쪼록 오늘 우리 때문에 당황했을 그 직원의 마음이 풀렸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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