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브런치에 뜸했다.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랬다.
머리가 복잡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비워진 상태.
복잡할 때는 그걸 풀기 위한 몸부림을 쳤고 그 결과물이 글이었다면,
요즘의 나는 글을 쓸 재료를 잃어버린 셈이다.
피드에 걸리는 구독글을 읽는 것마저 손에서 놓았다.
지친 하루의 끝에 찬찬히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아야지 싶다가도
그것을 숙제하듯 읽고 좋아요라는 흔적을 남기고 있는 내 행위에 몸서리가 쳐졌다.
금단 현상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홀가분함과,
하지만 언젠가는 그럴듯한 글을 써내려가야 한다는 또 다른 과제의 압박에서 도망을 쳐야 했다.
그렇게 뜸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 사이에 후배 하나가 퇴사를 했다.
조직을 하나 맡았을 때 뽑은 친구였는데
참 일을 곧잘해서 어떤 과업을 맡기면 '든든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몇 년 떨어져 지낸 사이에 지쳤는지 힘들어 하더니만 그만 두기로 했단다.
그런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일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도 하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하나의 글로 완성하고자 고민하는 내가 우습기도 하고.
그리 뜸하게 하루, 또 하루를 보냈다.
글쎄 누구 말마따나 이번엔 제대로 갱년기인지 모르겠지만
마흔 후반, 회사 20여 년의 삶에서
재미를 찾고자 하는 것이 욕심인가 싶기도 하다.
좋은 선배 흉내도 지겹고,
괜찮은 리더로 보이려는 의도적 노력도 우습다.
얼마 전 엔진오일을 갈기 위해 예약을 했는데
앞선 차 때문에 예약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시작했다.
기다림에 지쳐 직원에게 성질을 냈더니
아 글쎄 속이 시원하더라는,
곧 후회가 되었지만
한 편으로 왜 사람들이 갑질을 하는지,
고객이란 지위로 누군가를 막 대하는 태도의 뻔뻔함에 의외의 쾌감을 느꼈던
그러나 부끄러웠던 모습이 어쩌면 내 본질인가 자의해 보는,
그저 그런 밤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