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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찾아야 할까.

마음 챙김의 기회가 준 깨달음

by nay

세상엔 챙겨야 할 일들이 참 많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 미국 주식장은 어땠는지부터 살펴본다. 출근해서는 처리하지 못한 일들과 답장해야 하는 이메일을 쭉 챙겨야 한다. 회의 시간이 다가오면 어젠다가 무엇이었는지, 내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없는지 챙김이 필요하다. 물론 쉬는 시간에는 가끔씩 한국 주식장도 들여다봐야 하고 말이다. 가끔 아이 학교에서 오는 알림장도 열어봐야 하고, 또.. 그렇다, 브런치 작가님들 글도 챙겨 봐야 한다. 집에 와서는 저녁 챙기고 밥 먹은 후엔 체력 떨어지지 않게 운동도 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챙기는 것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많은데 정작 “마음”을 챙기는 행위는 거의 없었다.


회사에서 주최하는 마음 챙김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제목 그대로 다른 무엇도 아닌 마음을 챙긴다. 남의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단순 명료하면서 그동안 저기 한 구석에서 챙김을 바라고 있던 마음,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라니 참으로 고맙다.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명상이다. 명상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시간 내서 배워본 적은 없다. 다양한 명상 앱이 공짜로 풀렸다고 하면 호기심에 한두 번 해본 것이 전부이다. 조금 괜찮아 보이면 유료라는 핑계로 삭제하거나 잊고 지내기도 하였다. 이번에 배운 명상의 방법은 너무 간단했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나에게 유용했던 것은 ‘숨’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숨 쉬는 것에만 잠시 집중해도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마음 챙김이란 ‘알아차림’ 이란다.

알아차린다는 것은 거창하게 메타인지라고 부를 수도 있으나, 그런 것보다 어떤 상황에서 나의 감정들이 어떠한지를 인지할 수 있음이다. 화가 날 때 무턱대고 화를 버럭 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화를 낼지 말지, 이번에는 참아볼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해소할지 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경지를 의미한다.


과정을 진행하면서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결국 자아에 더 깊게 다가가는 질문이라고 생각되었다. 문득 왜 나를 찾는 과정이 필요할까 궁금해졌다. 나란 사람은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말이다.


‘나’에 대한 규정 또는 정의를 할 때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지 않고 주변을 통해 재정의 되기 때문이란 생각을 했다. 같이 수강한 어떤 분이 회사에서의 타이틀 - 어느 부서의 누구누구 - 이 아니라 OOO이라는 사람으로 자기를 알아가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주변 환경에서 자기를 정의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 아빠, 어느 팀 아무개, 어디 사는 OO처럼 말이다. 가정에서는 아빠와 남편으로, 회사에서는 리더이자 부하로, 사회에서는 40대 중년의 이름으로 각각 원하지 않아도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는다. 나의 바람과 필요보다는 남들의 바람과 기대 (혹은 편견) 속에서 인간 OOO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그럼으로써 나를 잃어가는 시간과 상황이 생기고 만다.


그래서 가끔은 달리던 길을 멈추는 것이 필요한가 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이런저런 계급장 다 내려놓고 자연인으로서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나를 정의하는 건 타인의 시선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지키기 어렵기에 더욱 의도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 그것이 명상의 선의가 아닐까.


수강을 끝내고 정리하면서 돌이켜 본다. 마음 챙김의 목적, 알아차림의 최종은 사회와 타인으로부터 완벽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든든한 심리적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울타리는 벽과 달라서 안이 들여다 보이면서도 내 것의 경계를 설정하고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라 적절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하루의 수업으로 갑자기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마음과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이 얼마나 바람직하고 매력적인 것인지 배운 것만으로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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