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업체와 미팅을 가졌다. 임상 기관이면서 피부 조직으로 시험관 시험도 가능한 곳이라 하여 소개를 받고 만나기로 했다. 우리 회사로 그분들이 방문을 하는 형태라 느긋하게 앉아 있다가 시간 맞춰 접견실로 향했다. 미팅을 주관했던 사람이 오더니 그분들이 회사를 찾아오는데 어려움이 있어 조금 늦을 것이라 전해 준다. 초행이면 사전에 길을 잘 알아보고 오셨어야지, 하는 건방진 생각을 잠시 하였다.
사실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늦게 도착한 방문객들이 내놓은 다과였다. 미팅의 장소를 제공하는 사람들 - 호스트 - 이 커피든 음료든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배워왔고 나름 중요한 손님들을 맞이할 때는 신경 써서 그리 행동하였었다. 코로나 이후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외부와의 미팅이라 그랬던 것인가, 아니면 마음속 어딘가 회사를 등에 업은 ‘갑’의 자세가 있었기 때문인가, 빈 손으로 털래털래 자리에 와 기다리던 내가 되려 머쓱하였다. 아마 어느 높으신 분이 오신다 하면 정신 바짝 차렸을 것이다. 다양하게 사람 수 보다도 넉넉하게 준비한 별다방 커피와 초콜릿을 꺼내 놓는 그들을 보며 어쩐지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물론 그들 입장에선 우리에게 잘 보이는 것이 절실했을 수 있다. 그러나 뭐랄까 이건 세심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비즈니스 미팅에, 그것도 첫 만남에 지각함으로써 좋은 인상을 주는 데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몇만 원 안 되는 돈으로 먹을 것을 준비해 오는 세심함과 배려로 이내 분위기가 부드러워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나도 어쩐지 다음에 비즈니스 미팅을 외부로 갈 때 손님의 자세로 당당하게 가기 보다는 함께 먹을 것을 준비해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소재 개발하는 동료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 분은 주로 인삼 소재를 개발하기에 전국 곳곳의 인삼밭을 종횡무진 다닌다. 그런데 가끔씩 농민들을 만날 때 인삼 소재가 들어간 제품을 일부러 챙겨가서 전해 드린다고 하였다. 그러면 그렇게 좋아하신단다. 듣고 보니 굉장히 배울 점이 많은 부분이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리더십은 어쩌고 저쩌고.. 자기 계발서에 있는 수많은, 이상적인 이야기보다 이런 경험 한 줄이 어떨 때는 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법이다. 글로 배울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좋은 글귀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생은 실전,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익히고 써먹는 것이 효과적이지 싶다. 특히 사람과 지위 가려가며 대하지 말고 누구에게나 성심으로 대하는 태도를 배울 때는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