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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되는 길은 어렵다

by nay

해마다 리더십 진단 결과를 받을 때면 살짝 긴장한다. 일년 동안 구성원을 향한 내 행동, 활동에 대한 피드백이지만 은근 평가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폴더 하나를 마련해 두고 매년 그 결과 파일을 모아둔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올 해는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결과는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속 상사와 부하 평가가 동시에 반영되는 것이라 해석에 어려움이 있다. 아무래도 직속상사는 1명이라 누가 평가했는지 너무 명확한 탓에 숨겨주려는 의도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상사가 보는 나의 모습, 부하가 보는 나의 모습이 평균적인 수치로만 제시 된다면 어떤 행동의 변화가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하는 나에겐 단순 평균 결과가 일종의 노이즈처럼 생각되는 것도 사실이다. 상사에게 부족한 모습, 부하에게 미흡한 부분은 단지 평균으로 설명하긴 부족하다.


어쨋거나 올 해는 작년보다 전반적인 평균 값이 올랐다. 이건 고무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단순하게도 일단 기분은 좋다. 강점과 약점에 대한 최종 의견이 나오는데 동일 항목이 강점이야 약점으로 나오는 것은, 아마 평가자의 생각이 각자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결과들이 재미있게 보인다.


사실 제일 관심가는 항목은 주관식이다. 평가자 입장에서는 객관식 평가 내용에는 담지 못하는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자, 피평가자에겐 그 내용이 걸러짐 없이 전달되는 소중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결과는 익명으로 전달된다.

주관식 내용을 잘 들여다보니.. 나는 너무 이성적인 리더라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성적인 것이 합리적인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다. 하지만 때로 팀이란 건, 조직이란 건 합리적으로만 운영되지 않는다. '좋은 방향으로 유도해주고 조언을 해주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쉬울 때도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유독 큰 울림을 주는 건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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