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 Back
Dragon's Back
사무실의 홍콩 동료가 얼마 전 추천해 준 이름이 다시 떠오른 건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이었다. 이름도 거창한 '용의 등'.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여기저기 소개글과 사진이 많이 보였으나 특히 도움을 많이 받은 소스는 브런치 작가로서 Flying Hoya라는 작가명을 쓰시는 분의 글이었다. 엄청난 열정으로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며 사진과 글을 차곡차곡 담아놓는 풍류가로 보였다.
그는 홍콩도 여러 번 방문했던 걸로 보이는데 몇 개 방문지 가운데 트래킹 코스로 소개한 곳이 바로 드래곤백이다. 흔히 홍콩 하면 이전에는 면세 특혜 지역으로 쇼핑이 목적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홍콩에서 사는 물건들이 더 이상 저렴하게 여겨지지 않는지 다른 이유로의 방문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침사추이나 센트럴 같은 북적대는 도심을 떠나 산세와 바다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트래킹 코스도 매력적인 이유가 된다.
이미 많은 분들이 남겨 놓은 블로그 기록과 구글맵이면 목적지를 찾는 기본 동선과 트래킹 플랜을 짜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간단히 살펴 포니 드래곤백으로 가는 버스가 집(Sai Wan Ho, 홍콩섬 동북단)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Shau Kei Wan에서 출발하는 걸 알았다.
Shau Kei Wan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다른 줄은 짧은데 9번 버스 줄만 꼬불꼬불 아침부터 길게 이어져 있었다. 역시나 대표적인 트래킹 명소인가 보다 생각이 들었다. 홍콩엔 2층 버스들이 대부분인데 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MTR(지하철) 및 Tram(모노레일차)과 함께 이 높다란 버스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
Cape Collinson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Shek O Country Park 입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드래곤백 트래킹 코스가 시작된다. 물론 9번 버스를 타고 더 멀리까지 가서 반대 코스로 트래킹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오솔길들을 걷다 보니 일본 큐슈지방에 살면서 산행을 하던 생각이 났다. 특히 미야자키현의 다카치호 계곡을 작년 가을에 혼자 여행했을 때 느낌이 되살아났다. 물론 이곳은 계곡이 아니지만 다카치호 계곡 근처의 산을 홀로 거닐 때 느끼던 분위기가 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 45층 집을 테마파크 놀이기구처럼 흔들어 대던 태풍의 흔적을 여기서 더 여실히 찾을 수 있었다. 나무들이 곳곳에서 뿌리를 완전히 드러낸 채 벌러덩 누워 있었고 큰 가지들이 마치 팔목을 꺾어놓은 것처럼 너덜대고 있었다.
거닐고 있는 길이 바다에서 멀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수풀에 가려 한동안 바다의 풍광은 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하늘과 바다와 섬이 훅하고 동공을 습격했다.
왜? 용의 등이지?
앞서 Flying Hoya 작가님도 사진으로 언급했지만, Dragon's Back이라는 이름은 왜 생겼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안내판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면 그 유래에 대해 알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엔 그냥 생각만 했다. 그러다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흙길이 군데군데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의 길은 툭툭 솟아나온 돌과 바위들 차지였다. 어떤 길은 흙이 거의 없고 돌과 바위로만 이루어져 딱딱한 등껍질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산정상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구비구비 돌아 이어져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가까이서 보아도 그건 용이 하늘에서 몸을 꿈틀대며 날아가는 모양새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구비구비 돌아가는 길은 용의 몸통이며, 울퉁불퉁 딱딱하게 솟아나온 바위와 돌무더기는 용의 등껍질을 이루는 단단한 비늘과도 같았다.
사진을 계속 찍어댔다. 비슷한 곳을 여러번 찍었지만 이동해 나가면서 각도가 달라짐에 따라 각각의 사진 풍경은 하나하나 저마다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조금 욕심을 내서 많은 사진들을 올려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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