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이면 8개월 동안 신세를 진 이 집을 떠난다. 홍콩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함께 해 준 테니스 동아리 벗님들한테 감사를 전한다.
5년, 아니 10년 이상 머물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반년을 조금 넘기고 홍콩 땅을 떠나게 될 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몰랐다. 생각해 보면 삶의 방향이 이렇게 뜬금없이 바뀐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했음에도 자주 그 사실을 잊고 지내왔다.
마지막까지 상당히 고통을 느끼는 고민과 갈등과 망설임이 있었다. 결국 이렇게 떠나는 쪽으로 선택하게 될 것을 예감했지만, 남으면 좋았을 이유도 결코 가볍지 않았기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섞여 번졌다.
한 번 떠나는 게 어렵지 그다음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들 말한다. 그것이 직장이든 사는 지역이든 말이다. 그 말에 부합하 듯 내가 직장을 옮기고 사는 곳을 떠나는 주기가 13년, 5년, 1년 반으로 짧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더 자주 진로를 수정했다는 게 사실일지라도 그 결정을 하기까지의 어려움마저 줄어든 건 결코 아니었다. 그때그때의 상황은 각각 모두 엄청난 스트레스를 수반하며 선택에 이르기까지 나 자신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게 했다.
결론을 내리고 주변에 그 결정을 알린 후에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후련함과 마음의 평화가 찾아들었다. 직장인으로 20년을 살다가 처음으로 독립하는 길로 접어들기에 어쩌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앞으로 불쑥불쑥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너무 앞서서 깊이 하지 않으려 한다. 미리 준비는 하되 그때가 됐을 때 할 수 있는 걸 하며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스스로의 결정에 축하를 하고 무한한 지지를 보내야 하는 때다.
미세먼지는 조금 걱정되지만 그 밖의 거의 모든 건 기대가 되고 설렌다. 왜냐하면 이제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