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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May 08. 2024

도서관은 살아있다

- 다양한 유형의 이용자가 드나드는 도서관 풍경을 그리며

요즘 바깥의 계절은 봄인데, 도서관 자료실 내부는 벌써 여름이다. 지난 주말 이상 고온이 지나고 월요일에 비가 내렸다. 그럼에도 비가 내린 월요일에 비해 오히려 오늘은 약간 흐리고 서늘했다. 그래서일까. 도서관에 아직도 패딩을 걸쳐 입은 매일 오시는 분이 있으신데, 오늘도 그분은 긴소매 티셔츠에 패딩조끼를 껴입고 백팩까지 맨 채 도서관으로 들어셨다. 오늘 같은 날씨에는 그분이 들어서는 걸 보기만 해도 더웠다. 

또 어떤 분은 계절을 앞선 듯-아니 어쩌면 요즘 날씨에 최적화된 복장일지도-반팔 티셔츠를 입고 도서관에 나타났다. 

그런가하면 음성 틱이 의심될 정도로 계속 '음음...'헛기침 소리를 내시는 이용자분이 있다. 그분은 내가 현재 근무하는 도서관에서 2018년에 처음 근무했을때도 간간이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시는지 오며가며 뵀던 분인데 이제는 학습장소를 3층 종합자료실로 바꾸셨나보다. 그리고 디지털 자료실(컴퓨터실)에 매일 9시, 자료실 정식 업무 개시시간에 맞추어 입장하시는 어르신이 있다. 꼭 입구쪽 컴퓨터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셔서 동영상을 가끔씩은 볼륨이 헤드셋 밖으로 들릴 정도로 크게 설정하시고 시청하신다. 청소년도 울고 갈 심각한 다리 떠시면서 말이다. 

계절이 점점 만춘(晩春)을 향해 가고 있는 요즘 벌써 계절을 앞서 가는 패션으로 반팔, 반바지 복장은 물론이고 슬리퍼를 신으시고는 '찍찍, 딱딱' 소리가 나게 자료실을 드나드시는 분이 있다. 본인은 평소대로 걷는 것이겠지만 데스크에 앉아서 수시로 전화 통화하러 나다니는 그분의 슬리퍼 소음은 소리에 민감한 나로서는 자꾸만 귀에 거슬린다. 그러나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직원으로서 다른 이용자가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나서서 그분께 말씀드리기는 입장이 난처하다. 게다가 나는 정규 직원도 아니어서도서관 내에서 자율적으로 제재할 권한이 없다. 


금융업종에서 현금의 흐름이 있듯 도서관에는 책의 흐름이 있다. 주 2회였던 상호대차가 매일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매일 택배 배송처럼, 책은 관내 도서관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가방에 담겨 관내 20여개 공공도서관과 6개의 공립작은도서관, 12개의 스마트 도서관을 돌며 부지런히 열혈 독자들을 만난다. 또한 도서 예약 신청을 해서 해당 도서관에 직접 방문 수령해야 했던 예약도서신청 시스템도 조만간 도서관 웹페이지나 모바일앱상에서 바로 상호대차신청 서비스로 전환하여 거주지와 가까운 도서관에서 수령할 수 있는 제도도 시행 예정이다. 


이렇듯 도서관은 살아있다. 그저 먼지 쌓인 책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리 도서관은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어 도심권 소재 도서관보다 대출/반납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상호대차제도가 매일 시행으로 바뀐 후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공무원 조직도 민간기업처럼 인사 고과나 승진 기준, 예산배정도 각 기관의 업무 실적에 따라 정해진 이후 실적 경쟁이 치열해졌다. 우리 도서관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워낙 인구도 적고, 원거리에 위치하여 도심지에 비해 도서관의 실질적 이용 인구와 빈도가 적은 편이다. 


그렇다면 우리 도서관만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사실 나는 이런 거창한 고민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지시한 업무만 수행하면 될 뿐이기 떄문에.) 내가 속한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은 각 특화된 주제 서비스가 있다. 우리 도서관은 '웹툰'특화 도서관이다. 그래서 만화방처럼 좀 정감있게 꾸미려고 도서관 주무관들이 신경도 많이 쓰고 하반기에는 좀 더 다양한 만화도서들이 구비될 것이다. 도서관도 이제는 눈으로 읽는 것만이 아닌 귀로 듣는 '오디언 도서관'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이용자의 기호에 맞춘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수다. 가뜩이나 영상 중독 세상일 정도로 스마트폰의 시대와 함께 '너튜브'시대가 열린 이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손안의 TV에 빠져있으니, 눈 아프고 지루한 독서는 뒷전이기 마련이다. 


도서관의 3요소는 공간(시설), 장서(자료), 그리고 사람이다. 그 가운데 도서관 서비스를 완성시키는 건 바로 사람이다. 여기서 사람이란, 사서와 이용자를 말한다. 그러므로 이용자이면서 직원이기도 한 내가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원래 하던 대로 이용자를 진심으로 대하고 자주 방문하시는 이용자들과는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정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 나의 과한(?) 친절에 주변에선 거북해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나의 언행이 바로 내가 근무하는 도서관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소명의식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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