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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May 08. 2024

니큐 간호사는 왜 무서울까

병원에서 가장 무서운 간호사, 니큐 간호사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날카로운 소리가 모두의 귀에 와 박힌다. 고개를 돌려 큰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화가 나서 씩씩대는 간호사 크리스틴 Christine과 얼굴이 새빨개진 레지던트 제임스 James가 망연히 서있다. 제임스는 새로 들어온 이비인후과 레지던트다. 아마도 병원 곳곳에서 날아오는 협진 요청을 받아내고 수술실을 오가느라 정신없이 바쁠 터였다.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는 병원에서도 무섭기로 유명하다. 다른 간호사와는 달리 아기를 어미새가 아기새 보호하듯 아기를 꽁꽁 싸고 안기도 하며 보호하기 때문이다. 다른 병동이나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가 주변에 없을 수도, 또는 있어도 크게 제지를 받지 않고 환자를 검진하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아기곰을 지키는 엄마 곰처럼 아기 주변을 지키는 사람은 니큐 간호사다. 혹시라도 자신의 허락 없이 아기를 만지거나 검진을 시도하면 곧바로 알아채 큰 포효로 저지한다. 깨워도 금세 잠드는 아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기들도 있다. 레지던트나 교수의 검진으로 잠이 깬 아기를 재울 수 없을 지도 그 아기가 필요한 휴식을 취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간호사는 아기 상태를 보고 검진을 허락하기도 하고 다른 시간에 오기를 부탁하기도 한다. 초미숙아 같은 경우는 하루에 몇 번씩 정해진 시간에만 인큐베이터 안으로 손을 넣어 필요한 치료와 케어를 한다.


케어 중에는 아기 싸개를 열어 아기의 상태를 살핀다. 호흡을 돕는 장치가 있으면 호흡기 관리도 한다. 기저귀도 갈고 몸에 달린 각종 줄과 관을 확인해 혹시나 있을 피부 이상에도 대비한다. 체온과 혈압등 생체징후를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중한 상태가 아니면 만지는 손길을 줄여 정상적인 뇌발달을 돕는 것이 초미숙아 돌보기의 기본이다. 원래대로라면 아기는 엄마 배 속에서 어떤 손길도 닿지 않고 밝은 빛도 없이 크고 있을 테니까. 심지어 교수인 나조차 간호사의 감시 아래 케어 시간에만 검진을 할 수 있다. 행여나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매서운 눈초리와 매콤한 불평을 감당해야 한다. 또 두 팔을 어미새처럼 펼치고 온몸으로 나를 막을지도 모른다.


제임스가 멋쩍어하며 꼼짝 않고 서있자 크리스틴이 다가와 친절히 설명해 준다. 신생아중환자실 아기들이 휴식을 취해야 하는 이유를. 매번 아기 담당 간호사로부터 아기 상태를 듣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검진을 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제임스가 사과를 하고 물러나자 크리스틴이 자애롭게 답했다.


“곧 케어 시간이에요. 지금 검진을 해도 좋아요.”


나는 눈을 살짝 흘기며 어차피 하게 해 줄 거면서 하는 표정을 지었다. 크리스틴도 윙크를 하며 입모양으로 답한다.


“그래야 다음에 이런 실수를 안 하죠.”


그제야 허락을 받은 제임스는 아기를 검진하고 차트를 다시 살피다 총총걸음으로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사라진다. 병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매일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우리 아기에게 신경을 쓰고 진심으로 대한다는 게 딱 보여요. 신생아중환자실에 온 후부터는 걱정이 없어졌어요.”


퇴원하는 부모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자 그들이 따뜻히 답한 말이다. 한 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비디오가 있다. 한국 소아중환자실 간호사가 “아구 이뻐,” “너무 귀엽다 진짜,” “왜 이렇게 이뻐”를 연발하며 사랑을 고한다. 절절한 구애의 대상은 다름 아닌 13개월 아기였다. 카메라가 켜져 있는 줄 모른 간호사와 아기가 찍힌 비디오를 아기 환자의 부모가 온라인상에 직접 올려 많은 이의 가슴을 울렸다. 그렇다. 우리 신생아중환자실에서도 간호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진이 말 그대로 아기를 온 마음을 다해 보살핀다. 내 담당 환자지만 환자를 넘어 나의 아기이기 때문이다. 다른 과에서 협진하러 온 레지던트, 펠로우, 교수도 모두 다 안다. 왜 신생아중환자실이 특별한지. 왜 간호사가 그들을 막아서고 아기를 보호하는지. 너무 작은 생명체라 본인의 아픔이나 불편함을 호소할 수 없다. 또 부모가 매 순간 함께 할 수 없다. 하여 아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의 소중한 아기’로 남아 작고 연약함으로 무장해 보호를 얻어 내야 하는 존재가 된다. 간호사의 과보호(?)가 비록 다른 과외의 협진을 어렵게 하고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는 무섭다는 전설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말이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간호사는 아기에 진심이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26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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