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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an 01. 2019

"올해는 내일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살아줘요!"

2018년의 내가 2019년의 나에게 남기는 인수인계 문서

  2019년의 여름님 안녕하세요:) 2018년의 여름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2019년 1월 1일, 2019년의 여름님 앞에 펼쳐진 1년 365일의 첫 날이네요. 각오는 단단히 해두었나요? 작년 이 시간 제가 그랬던 것처럼 "새해 뭐 별건가? 하루하루 재밌게 살면 됐지." 하며 웹툰 보고 뒹굴거리다 밤을 새진 않겠죠? 에이, 너님은 저처럼 덕지덕지 후회 가득한 이런 인수인계 문서를 남기진 않을 거예요. 스물아홉이나 먹었잖아요!


  2018년 저에겐 많은 일이 있었답니다. 일단 지긋지긋했던 지난 회사를 대책 없이 그만뒀죠. 두 달 동안 계획에 없던 백수 생활을 했지만 공개구직이라는 재미난 일을 벌여 면접만 17곳을 봤고요. 고민 많이 하고 지금 회사를 왔는데 여긴 기대만큼 좋은 곳이에요. 가장 좋은 건 퇴근을 제시간에 한다는 점인데, 덕분에 저녁 시간이 생기면서 삶의 여유가 생겼죠. 집에서 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월세 내고 사는 원룸이나마 취향껏 꾸미는 데 성공했고요. 꾸준히 운동을 계속한 것도 빼먹을 수 없죠. 당신에겐 복근이 있답니다. 진짜에요. 살에 묻혀 보이지 않을 뿐이지만!


  음, 이렇게만 적어 두면 "나름 2018년 잘 보냈으니 2019년의 너님도 힘내 보세요!" 하고 인수인계를 마칠 수 있겠죠. 하지만 저도 양심이라는 게 있다고요. 솔직히 저는 2016년, 2017년에 열일했던 여름님들 덕에 큰 고생 없이 무던한 한 해를 보냈답니다. 공개구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2016년부터 시작해 온 브런치 글쓰기가 운 좋게 많은 분들의 격려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꾸준히 운동을 해 온 습관은 2017년에 제대로 자리잡힌 거고요.


  그치만 2019년은 날로 먹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거예요. 기술 스타트업에서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니 공부를 계속해야 할 거고, 나이가 나이니만큼 돈도 좀 더 모아 둬야 마음이 편하겠죠. 써야 할 글도 많고 시작해야 할 프로젝트도 많으니 각오 단단히 해 두세요. 알아서 하게 냅두지 뭘 이렇게 부담만 남기냐고요? 에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2019년의 여름님을 위한 한해 꿀팁을 남겨두고 인수인계를 마무리하려 해요. 잘 참고해서 코앞의 많은 일들을 해치우면 나이 앞자리가 바뀔 때 부담이 덜할 거예요. 혹시 모르죠, 미간 주름이 덜 깊어지게 될지!



1. 닥치는 대로 살지 말고, 목표를 정합시다.


  2018년을 살다 가는 저는요, 올해 해낸 일은 많은데 목표대로 이뤄낸 일은 없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목표 없이 1년을 보냈거든요. 물론 인생이 계획대로 술술 풀리진 않겠다만 애초에 목표를 '건강하게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기' 같은 걸로 정하면 계획이란 걸 세울 수가 없다고요. 왜, 마케팅을 할 때도 최악의 실수는 KPI(핵심성과지표)를 달성하지 못한 게 아니라 KPI 자체를 설정하지 않는 거잖아요.


  뭐가 됐든 목표부터 정합시다. 사소한 거라도 좋아요. 매일 일기를 쓴다거나 책을 100권 읽는다는 것도 괜찮겠네요. 이루고 싶은 걸 몇 가지 목표로 정해 두고 2019년의 KPI로 잡는 거예요.


2. 이상을 이루려면 일상을 바꾸세요.


  목표를 정했나요? 그럼 계획을 세워야죠. 저도 이것저것 작은 목표를 잡아본 건 있었어요. 업무에 필요한 수학책 한 권 다 읽기 같은 것들요. 근데 그 책 읽는 것도 너님에게 인수인계하게 됐네요. 시간이 모자란 건 아니었어요. '피곤해 죽겠구만 이 어려운 책을 어떻게 봐?'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농땡이 피운 거죠 뭐. 근데 어차피 해야 할 공부면 어떻게든 제대로 해야 할 걸 그랬어요.


  제가 2018년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운동을 꾸준히 다닌 거예요. 매주 월요일 목요일 오후 8시는 무조건 운동 가는 날로 정해두니까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고요. 계획을 세울 땐 해야 할 일만 정리하지 말고 해야 할 시간을 딱 정해두세요. 매일 밤 열두 시부터는 일기를 쓰고 열두 시 삼십 분부터는 책을 읽는다는 식으로요. 일상이 바뀌면 그리 어렵지 않게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출퇴근길 지하철에 책을 읽으니 40쪽은 거뜬하더라고요. 그 습관은 계속 일상으로 가져가면 좋겠네요.


3. 나중이 어딨어요. 지금 하세요.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늘어붙어 세시간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제 버릇이었죠. 물론 회사에서 고생했으니 좀 쉬는 거야 문제될 게 없지만, 쉬기만 하다 머리 쌩쌩 돌아가는 시간 다 놓치고 졸려 죽을 것 같은 새벽 한두 시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려니 뭐라도 될 리가 있나요. 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올해는 소재만 산더미처럼 적어 두고 제대로 쓴 글도 없다 그죠. 반성합니다.


  2019년을 살아갈 너님은 무슨 일이든 생각날 때 바로바로 하길 바라요. 집에 들어오면 바로 씻고, 해야 할 일 바로 끝내고, 그때부터 푹 쉬어봅시다. 아마 성취감 덕분에 쉬는 시간이 더 꿀같아질 거예요. 물론 말이 쉽긴 하지만 너님이 뭐 엄청나게 머리 많이 쓰는 피곤한 일을 목표로 잡아둔 건 없잖아요. 하면 다 해요. 일상을 바꾸자고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더 늘어놓으면 너님조차 참고 들어줄 수 없는 꼰대같은 소리가 될까 이만 줄입니다. 귀가 번쩍하는 부분은 하나도 없을지 모르겠어요. 모두 목표, 계획, 실천에 대한 뻔한 이야기죠. 사실 이런 걸 인수인계랍시고 남기는 이유도 뻔합니다. 2019년의 너님, 최소한 1월 1일을 보낼 너님은 제가 가장 잘 알아서예요.


  2018년의 저는 하루하루 순간의 행복을 붙잡고 살아왔어요.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후회 없이 살자', 그거 분명 좋은 말인데 희한하게 저는 오늘 하루 즐거움을 위해 내일을 위한 일을 하지 않을 핑계로 쓰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장기적으로 준비해 이뤄야 할 일들을 제일 어려워했어요. 꾸준히 시간을 내서 글을 쓴다거나 공부를 한다거나 하는 것들요.


  근데 살아보니 웬만해선 너님에게 내일이 없진 않을 것 같아요. 몸도 마음도 건강한 29살이잖아요. 일어날 확률이 코딱지보다 작을, 내일이 없는 상황을 가정하고 오늘을 흥청망청 써버리는 건 딱 저까지 가지고 있던 나쁜 버릇으로 정리합시다. 2019년엔 내일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살아줘요. 그럼 이만!



* 매주 수요일, 취향 가득 담긴 제 글을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매일매일 읽을거리]도 소소하게 운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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