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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19. 2020

그대는 아시나요

- 내 마음을

그대는 아시나요

- 내 마음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  겨울이 오기 전에

가야 할 길을  

못 가는 안타까움의

그 숲 속의 그 길을


그때는 여름이 오기 전에  

지금의

앙상한 앙상블처럼 벗어 버린


저 나목의 이데아를

그대는 모르시나요


그 전라의 나목에서

그대는

이렇다 하였답니다


떨어지는 낙엽의 발길이

나의 오래전

발길의 기억이 아니었다고


그 사람도 밟고 지나갔으매

나의  발길은 능선에 쌓인   

그 겨울의 눈보라 속의

차가움을 의식하지  못 한 채


그저 저 하늘의 활공에 의지한 채

날갯짓을 하지 않는

까마귀 인형처럼

또 다른 삶을 이어 갈 수가 없답니다


그대여

그대는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제 갈길 모르는 나의 발길에  


그해 고운 눈길 위에

눈이 소복이 쌓이면  

그 발길 따라 잊혔던

그 기억들을 소상할 수 있겠나요


그대여

그대는 진정 잊으셨나요


나의 고독은   

곧 다가올 그 해가 다 가기 전의  

그  지극한 아픔의

그 겨울이었던 것을


그대여

그대는 진정 외면하셨나요


이 가을이 멈추는 날에는

지금의 가을은

오래전에 지나갔으며


그 해의 따스했던 봄날도

아스라이 저편에 떠가는

뜬 구름이었다는 것을


그대는

나의 오래전 아름다웠던

그 추억을  기억하나요


만나면 금세 헤어져야 한다고  

또 다른 여운 살에 못 이겨

뒤돌아 볼까 염려되어


아쉬움에 늘 현실을

미덥지  하였거늘


그대의....

그대는 아시나요


나의 사랑은

나의 순정은


그대가 저 산 정산을  오르기 전

이미 벌써 온몸이 땀으로

홍건이 적 셔저  


그대의 열정과 정열을 대신하여

산 능선에  다다랐을 쯤에

능선에 불어오는 바람에

나의 온몸을 던졌노라고


나의 그 길은

낙엽 쌓인 도라 져 버린

단단한 이슬처럼 다가설

흰 눈을 맞이 할 준비를 한다네


그대의 첫 마음은

첫눈이 내리는 날에

세상이 나의 부지깽이 수지처럼

아니 녹지 아니하답니다


나의 가을이

끝날 무렵에는

그대의 하얗게  웃음 짓던  


그 해의 첫눈을  

아무런 사슴 없이 보고 싶어 합니다


사랑은 가을 따라가고

추억은

그  해 첫눈 속에  감추고..


그대의 식지 않은 열정의

흔적에

또다시 기억되며 살아가나 봅니다


2013.01.13 치악산 종주 상원사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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