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주차_하루의 순간들을 꼭꼭 씹어 먹는 이 시간
주말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고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 알람을 미루고 잠들었다가 꿈에서 밥 차리던 나는 깜짝 놀라 일어나고. 현실에서도 밥 차리기 위해 주방으로 가서.
지난밤 안친 검은콩밥을 푸고, 무 넣고 푹 끓인 삼치조림을 그릇에 담고, 본가에서 가져온 민들레김치와 명이나물과 열무김치를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담았다.
오늘로 100번째 기록이 되는 오늘의 아침밥. 혼자 사는 시간도 어느덧 일 년을 채워가고, 나를 돌보는 일이 조금은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가 잘 되듯 하루의 순간들을 꼭꼭 씹어 먹는 이 시간, 앞으로도 차곡차곡 쌓여가기를. 또다시 새로 시작된 기록모임도 즐겁고 힘차게!(22.05.23)
PT 9회차가 끝나고, 벌써 성큼 다가온 여름, 그러나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 허나 매주 한 번이라도 헬스장 문턱을 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뿌듯해하며 오늘도 헬스가방을 챙기는 아침. 운동하려면 든든히 먹어야 하니 부엌으로 가서.
검은콩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남은 삼치조림을 데우고, 구운김과 민들레김치와 명이나물장아찌를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따랐다.
창문 열고 자서 그런지 조금 쌀쌀해서 잠시 보일러를 틀었다. 허나 문밖을 나서자마자 땀이 나기 시작하는 후덥지근한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치다가 문득 다가오는 여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곰곰 생각해보다가. 결국 반팔셔츠를 사야 하나 심히 고민되고.(22.05.24)
그리 열심히 하지도 않았는데도 이틀 연속 헬스장 문턱을 넘어서 그런지 온몸에 생긴 근육통이 나쁘지 않은 아침. 스트레칭하며 일어나서는 주방으로 가서.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아직도 남은 삼치 없는 삼치조림국물을 데우고, 구운 김과 민들레김치와 열무김치를 꺼내고, 유리컵에 아몬드우유를 따랐다.
오늘은 운동가방 없이 양손 가벼웁게 밖을 나선 출근길. 도로에는 선거유세 차량이, 길에는 선거유세하는 사람들이 쨍한 색깔의 옷을 입고 목소리를 높이고. 이제 곧 사전투표해야 하는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게 실감나고.(22.05.25)
지난밤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오랜만에 맞는 비가 나쁘지 않았다. 지난밤 다 쏟아냈는지 아침 하늘은 맑게 개었다. 숙취 없이 가볍게 일어난 아침에 오늘도 부엌으로 가서.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누나가 준 매생이블록을 넣어 계란말이를 만들고, 열무김치와 민들레김치를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유리잔에 따랐다.
평소 다니는 길에서 벗어나 (그래봤자 도로 맞은편이지만) 평소와는 다른 길로 걸었다. 나뭇가지가 낮게 드리운 길을 걸으며 초록잎의 모양을 들여다 보고 어디선가 흘러오는 꽃향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매일같이 더운 날의 연속이지만, 시간은 금세 목요일에 다다르고.(22.05.26)
휴가라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아침. 고작 두 시간 늦게 일어났지만 이게 뭐라고 기분 좋은 시작. 할 일이 많은 오늘, 든든히 아침 챙겨 먹기 위해 주방으로.
냉동베이컨깍두기볶음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그 위에 계란후라이 하나를 올리고, 스크램블에그를 하나 만들고,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를 꺼내고, 바나나 하나를 먹기 좋게 썰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담았다.
빨래를 돌리고, 집정리를 조금 하고는 밖으로 나와 집 앞에 있는 사전투표소에서 얼른 투표하고 돌아가는 길. 다리 밑에 개천이 흐르고, 천변에 노란 꽃이 시선을 끌고, 그 풍경이 예뻐서 눈에 담고 사진도 한 장 찍고 다시 집으로.(22.05.27)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가 잘 되듯
하루의 순간들을
꼭꼭 씹어 먹는 이 시간,
앞으로도
차곡차곡 쌓여가기를.
글, 사진 / 나무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