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보면 사랑이 샘솟는다
그림을 그릴 때든, 신경과 환자를 볼 때든, ‘관찰’이 중요하다.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 그림도 잘 그리고 비율도 잘 맞춘다.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 들어오면서부터 환자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살펴보고 신경학적인 문제점을 잘 캐치해낸다.
들어오는 걸음걸이는 보폭이 일정한지, 기울어져 걷는 건 아닌지, 중심축이 잘 맞는지, 발을 크게 넓혀서 걷는지, 좁은 보폭으로 걷는지, 앉을 때 균형을 잘 잡는지, 손이나 머리를 떨지는 않는지, 좌우 대칭이 잘 맞는지, 등등, 이미 진료실 들어올 때부터 보고 관찰한다. 대화를 하면서도 관찰은 이어진다. 안면 마비는 없는지, 눈의 정렬은 잘 맞는지, 볼 때 두 개의 눈이 같이 잘 움직이는지, 이마나 목 쪽에 수포 등의 피부 병변은 없는지를 이것저것 살핀다. 걸어 들어와서 앉기까지, 앉고 나서 병력 청취를 하면서도, 여러 동작들을 '관찰'하고 살펴보며 질문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진단 찾는 탐정 놀이가 이어진다.
그림을 그릴 때에도 마찬가지다. 사물을 잘 관찰해야 한다. 인물 크로키를 예로 들어보자. 동세를 파악하고 중심축을 찾아내고 인물의 관절을 찾아 가이드선을 만들어 인물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계속해서 사물이나 참조 사진을 관찰하면서 어깨선의 라인이 맞는지, 중심축이 잘 맞는지, 팔다리의 동작이 정확한지, 인체의 비례가 잘 맞는지, 골반 라인이 잘 맞는지, 등등을 잘 살피고 관찰해서 그림 속 인물을 완성해내게 된다. 이후에는 나만의 그림체, 나만의 선을 찾아내어 작품으로 완성한다.
관찰을 하다 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열심히 관찰하여 완성도 있는 그림을 그려내면 뿌듯함과 함께 관찰력 레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신경과 의사로서 훈련으로 갈고닦은 눈썰미가 이미 있었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관찰력이 더욱 상승하는 것 같다. 주변을 조금 더 살피게 되고, 그려보고 싶은 것이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수집하고 찾아보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 더 아름다운 것들을 더 잘 찾아내고 캐치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관찰해 내는 것. 그것은 나의 삶에 행복 한 스푼을 더 얻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이로 인해 조금 더 인생의 맛이 풍성해지고, 보다 삶이 다채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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