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만든다는 것.
변화가 없다면 유지될 것이다. 배가 볼록한 채로 살아가면 된다. 내 일상이 변해야 내 몸도 변할 수 있다. 살던 대로 살면 살던 대로 살아질 것이다. 살던 방식을 바꾸었을 때가 비로소 변화가 일어난다. 나는 바꿔보기로 했다. 먹던 대로 먹으면 이대로 살아질 것이다. 이대로 유지가 되겠지. 한번 변화를 겪어보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변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누군가는 러닝을 시작하면서 일상이 변했고 생각이 변했고 사람이 변했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매일 일기를 쓰고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일상이 변했고 생각이 변했으며 사람이 변했다고 하였다. 사소한 계기가 되는 것으로 조금씩 변화한다면 그 변화의 끝에는 변화한 내가 있다.
똑같이 먹는다면 똑같이 살아가게 된다. 내 생애 한 번쯤은 복근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아무도 하라고 하지 않은 일이다.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나만의 버킷 리스트일 뿐. 40대에 시작한 복근 만들기는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젊었을 때 진작 했으면 좋았잖아 후회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살아갈 여생의 가장 젊은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저 오늘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 그저 오늘부터 시작하면 된다. 남은 날 중에 가장 젊은 날, 버킷 리스트를 위한 여정을 시작해 본다.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라고 어디선가 말을 들은 것도 같다. 나는 요즘 아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의 것, 혹은 약간의 변형만으로 본연의 맛을 느끼는 연습을 본의 아니게 하는 중이다. 많이 씹어 포만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단백질은 충분히 채우고 칼로리는 낮추려다 보니, 채소의 함량이 엄청나다. 냉장고 가득 들어 있던 음식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험을 하는 중이다.
먹는 양은 많은데, 뇌는 계속 배고프다고 한다. 채소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포만감이 분명 있다. 포만감은 뇌가 결정한다. 뇌는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이용하는데, 즉각적인 탄수화물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많이 먹어도 배는 부른데 배부른 느낌이 들지 않는다. 뇌가 멍하고 기력이 없다. 이쯤 되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 일하는 데 지장이 생길 것만 같고, 그냥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와 협상하고 싶다. 버킷 리스트는 버킷 리스트일 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아니잖아?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된다. 사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해내지 못하더라도 그 누구도 비웃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이 나이에 상위권이라며 만족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 비루하고 탄탄하지 못한 몸으로도 모른 척, 노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려니 생각해도 사는 데 크게 지장은 없다. 하지만 난 좀 더 건강하고 탄력 있는 몸과 마음으로 오래 살고 싶다. 건강한 백세를 준비하고 싶다. 두껍게 잡히는 뱃살을 계속해서 무시하기가 두려운 시점이 온 것이다. 10년 채 못되어 폐경은 올 것이며, 근 손실의 속도는 가팔라질 것이고, 40년 넘게 쓴 몸은 슬슬 고장이 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당연한 노화의 결과다. 나는 그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출 필요가 있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다녀야 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바디빌딩 (Body Building)
몸을 짓는다. 몸을 만든다.
평소의 습관대로 널브러져 있는 몸을 정리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을 3달간 겪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독한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 내고, 식탐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며, 여러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강인함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고, 이어갈 동력을 지속해서 공급해야 하며, 이끌어주는 주변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몸을 만들어 가면서 느끼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아, 내가 이렇게 일주일간 했더니, 내 몸이 이렇게 바뀌네? 오, 이거 괜찮은데? 조금 더 하면 더 나아지겠는걸? 이런 재미가 쌓이고 쌓여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새로운 세계(헬스와 식단)를 접하고 경험해 보는 것은 힘들지만 나름 보람찬 일이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아니더라도 나름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건강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몸을 완벽에 가깝게 짓는 것이 나의 목표는 아니었기에, 적절한 복부 상태를 만들고 나면 유지를 목표로 살아갈 것이다. 보다 건강한 노후를 위한 한 걸음이 고되고 힘들었고, 또 조금 모자라지만 끝까지 해낸 남편과 내게 무한한 칭찬을 보내본다. 과정을 함께 해주신 여러분에게도 건강이 깃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