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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Nov 28. 2023

취미를 취미답게

그래서 몇 년이나 하셨어요? 왜 못해요?



취미라는 것은, 말 그대로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일 뿐인데, 가끔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다. (골프를 치지는 않지만) 취미가 골프라고 가정해 보자. "제 취미는 골프예요." "아, 친 지는 얼마나 되세요?" "아, 구력은 10년인데 잘 못 쳐요. 여전히 백돌이랍니다." 아니, 취미 10년에 백돌이면 어때서? 이상하게 햇수를 더해갈수록, 마음을 졸인다. 더 잘해야 할 것만 같고, 더 발전해야 할 것만 같아서.


아이가 학교 방과 후 활동으로 스케이트를 탄다. 빙상장에 명랑 스케이트를 타러 다니면서 대회조차 나가지 않고 있는데. 학년이 높아질수록 압박감이 든다. 더 잘해야 하는 게 아닌가, 더 나아져야 하지 않나? 지금쯤 개구리 장갑 끼고 손가락 그어가며 슉슉 나아가야 하지 않나? 아이는 금메달 한 번을 따지 않아도 스케이트가 재밌다고 한다. 그러면 된 것인데, 엄마의 욕심이 아이의 행복을 자꾸만 가로막는다. 대회에서 일등 했으면 좋겠고, 대회에 나갔으면 좋겠고,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어 조금은 우쭐해졌으면 좋겠다. 이건 순전히 엄마의 욕심이다. "엄마, 금메달을 따는 날까지 난 계속 재밌게 탈 거야." 아이는 언제나 옳다. 내가 문제지.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서열 매기기 문화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취미를 취미답게, 그저 즐기면서도 취미를 영위할 수도 있는 것을, 잘하고 싶은 마음을 넘어 그저 상 타고 싶고, 일등 하고 싶은 마음이 불행을 자초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피아노를 30분 겨우 주 2회 수업 시간에만 치고 있는 아이가, 피아노를 잘 칠 거라고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저 즐기기만을 바랐다면 그저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하면서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동기부여의 일환으로 상을 타고, 일등을 한다면 그것이 또 재미가 되고 긍정 선순환을 일으키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 부분이 어려운 점이다. 어디까지가 동기 부여이며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가. 어느 시점에 힘들어지고 어느 시점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될 것인가. 한 단계 도약하는 시점은 언제인가. 아이마다 다르고, 이끌어가는 힘은 결국 스스로에게 있을 텐데, 엄마인 나는 어디까지 도와줘야 하나. 스스로의 비교와 발전을 통해 긍정 선순환을 이끌어보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어렵다.




어느새 그림을 시작한 지도 햇수로 2년을 다 채워간다. 처음에는 숨구멍이었다. 점심시간이라도 나만을 위해 뭔가를 하자로 시작된 취미다. 왜, 때문에, 나는 결과적으로 처음에 비해 큰 성과가 없는 것에 실망하는 것인지. 햇수를 더해가다 보면, 인스타그램에 술술 그려내는 여러 작가님들처럼, 꽤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나를 본다. 고작 일주일 100분으로, 2년. 1년에 52주니까 10400분=173시간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생각해 보면 어이없게 적은 절대량인 셈. 절대량이 부족한 만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일상 속에 녹여낸 그림에 대한 생각이나 그림 공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의식적인 생각 등. 그런 시간들이 과연 충분했나 고민해 본다.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들인 시간은 있으니 처음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도 같다. 의식하지 않고 별생각 없이 다녔던 시간으로 엄청난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



이쯤 하여,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려 한다. PT는 받을 만큼 받았고, 그냥은 하기 싫어서 스포츠지도사 자격증까지 땄지만 내게 잘 맞는 운동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활동적인 테니스는 과연 어떨까. 초반에 백핸드 포핸드 배우다가 진 빠지고 관둬버릴지도 모르겠다. 재미로 시작한 취미활동이라고 해도 언젠가는 힘든 구간이 생기고 뛰어넘어야 하는 구간도 생기기 마련인 것을. 마냥 재밌기만 하는 활동이 어디 있다고. 한계는 스스로 정하고 재미를 느끼는 동력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즐거움을 넘어 꼭 잘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잘하면 더 재밌어질 테니 일단 여러 노력을 해보려 한다. 최소 6개월이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시작해도 괜찮은 걸까 싶지만 남은 생에 가장 젊은 순간이 지금이라고. 테니스의 ㅌ도 모르고 경기를 자세히 관전해 본 일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워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테니스 햇병아리의 성장기를 예쁘게 바라보며 응원해 주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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