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로그림 노운 Dec 05. 2023

테니스 신동 아니야?


너도 나도 테니스나 골프를 한단다. 은근슬쩍 대세에 동참해 볼까.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으니, 직장 또는 집에서 반경 300미터 거리 이내에 할 수 있는 곳으로 알아보기 시작. 마침 실내 테니스장이 바로 직장 길 건너에 있는 게 아닌가! 코트 색도 취향 저격이네. 이거다. 날도 추워지는데 실내 테니스를 해야지. 한 6개월 정도 레슨을 받고 나면 날도 풀리고 경기도 가능하려나-? 마음은 벌써 경기 중이다. 설렌다.


나의 운동 신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린 시절 100미터 달리기는 일단 18초. 테니스는 고교시절 포핸드, 백핸드, 서브 정도는 배웠던 거 같은데 맹렬히 연습하고도 점수는 B를 받은 기억이 난다. 나름 열심히 친 것 같은데 그다지 운동 신경이 뛰어나지는 않았지. 했던 운동이라고는 검도 찔끔, 수영 찔끔, 보디빌딩 찔끔, 요가 찔끔, 필라테스 찔끔, 이게 전부다. 그중에 가장 길게 했던 것이 그나마 필라테스 2년인 듯.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을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리듬감도 중요하다는데, 박치인 내가 과연?


대망의 레슨 첫날이 되었다. 조금 가벼운 라켓을 일단 들고 시작한다. 코치님의 조언에 따라 바볼랏 라켓으로 정했다. 이름이 예쁜걸? 고등학교 때는 윌슨 밖에 없었던 거 같은데? (기억의 왜곡이다, 내 라켓이 윌슨이었을 뿐.) 20년도 지난 시점에서 과거 찰나의 학교 수업을 가지고 감히 레슨 받은 적이 있다고 하기가 무안했다. 당당히 "테니스는 처음입니다!"로 시작된 나의 테니스 첫 레슨. 단 20분이지만 공 튀기며 채에 맞추기부터 시작해서, 작게 스윙하는 것부터 조금씩 감을 익혀 가면서 컨티넨탈 그립에서 포핸드 그립으로 포핸드 풀스윙까지 이어지는 레슨이었다. 처음에는 바로 앞에서 공을 던져주다가 매트 너머서 던져주는 공 받아치는 것까지.


손목을 약간 꺾은 채로 라켓을 바닥을 향하게 하고 손목을 그대로 미는 듯이 공을 치고 그대로 힘을 빼면서 팔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양손을 그립 주변으로 잡고 채는 약간 떨어트리는 피니쉬 자세까지 마무리. 골프 배울 때 똑딱이만 계속하다가 한참 뒤에야 풀 스윙을 어느 날 배우는 것과는 달리, 한방에 모든 정보를 후다닥 습득해야 했다. 고교 시절의 찰나의 연습들이 무의식 세계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인지 후다닥 공을 받아냈다. 오, 이 정도면 신동이 아닌가 싶을 지경 (응, 아니야) 20분 레슨 후 공을 주워 담고, 자동으로 슝슝 나오는 기계로 포핸드 스윙을 연습해 보았다. 조금씩 연습할수록 공이 방향을 맞춰가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이 날따라 소화가 안 되어서 점심 미루고 운동부터 했는데, 소화도 후다닥 다 되고 참으로 좋다. 30분 그거 조금 움직였다고 배가 다 고프다. 남은 점심시간 동안 점심밥을 후다닥 해결하려는데. 오른팔이 아프네. 안 썼던 근육을 썼더니 손목을 꺾는 자세부터 통증이 온다. 단 20분의 첫 레슨 이후 난 오른손으로 밥을 떠먹을 수가 없었다.






테니스로 아픈 이 근육은 뭘까. (명색이 의사인데 나만의 특화된 어떤 것도 좀 내놔야 하지 않을까) 주로 손목을 꺾을 때 사용하는 근육군이 타깃이다. 손목을 위로 꺾는 (신전) 자세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EDC(extensor digitorum communis, 총수지신근) 근육이 있는데 근전도 할 때 가장 많이 찌르는 근육이다. ECRb(extensor carpi radialis brebis, 단요측수근신근), ECRl(extensor carpi radialis longus, 장요측수근신근), ECU(extensor carpi ulnaris, 척측수근신근)도 함께 사용한다.


손에 짚히는 책이 근전도 책뿐이라, 껄껄


테니스엘보=외측 상완골 상과염(epicondylitis)은, 상완골(위팔뼈, humerus)의 외측 상과(lateral epicondyle)에 있는 건병증(tendinopathy)의 일종이다. 반복 부하의 결과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투구, 타격, 서브, 스파이크 등과 같이 반복적이고 강한 근육 활동을 요하는 선수들에게 흔하다. 성인 테니스 선수들의 35-50%에서 발생한다고 하니,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이 필수이겠다.


테니스 엘보고 테니스 신동이고 뭐고, 일단 왼손으로 밥 떠먹어야 하는 상황으로 첫날 레슨 마무리.

이대로 레슨 계속해도 되는 걸까..

이전 01화 취미를 취미답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