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기 싫은 소식
유방암 병력이 있던 40대 여자. 수술 후 항암 받고 수년간 잘 지내던 중, 한 달 전부터 말이 잘 안 나오거나 가끔 오른손으로 물건을 들면 떨어뜨릴 때가 있다고 한다. 암환자나 기저 질환이 장기화된 사람들은 특유의 어떤 네거티브한 인상과 예민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사람 역시 처음에 약간 그런 느낌이 들어 실제로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했는데, 병력을 듣다 보니 이건 진짜다. 예민해서, 혹은 염려증이 심해서, 별일 아닌 일에 별일처럼 부풀려 말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좌측 중뇌동맥 영역에 허혈이든 출혈이든 종양이든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시점이나 증상의 시기가 아급성 정도에 해당하고 증상 양상 역시 전이가 가장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사실 신경과에서 뇌종양을 보는 건 아니다. 종양을 들어내는 수술을 하는 건 신경외과이고 뇌전이라면 해당 원발암을 보는 곳에서 추적 관찰하며 치료 방향을 정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적절한 진단을 해주고 해당 과로 안내해주는 것. 기존 유방암을 추적 관찰하는 대학병원은 진료가 늦어진다고 하여 일단 입원을 시켰다. 외래 환자 예약시간 외 입원 환자들은 여유가 있는 편이니 외래에서 찍는 것보다는 빠른 진단이 가능하다. 의심되는 병명은 마음속에만 꾹 담아두고 검사를 진행했다.
나의 촉이, 나의 진단이 맞기를 바라는 신경과 의사로서의 마음과, 암 전이가 안 되었길 바라는 마음이 상충하며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나쁜 진단은 언제나 전하기 어려운 법이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너에게 뇌종양이 있는 거 같아, 의뢰서를 써줄게, 영상도 복사해가렴. 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떼내 줄 수도 없고 뇌압을 낮추는 약을 투여해주는 것이 고작이다. 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접근하기 용이한 부분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몸의 여기저기에 암이 퍼져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건, 나에게도 고역이다. 먼 미래에는 이것도 별일 아닌 게 되길. 나쁜 소식을 전하더라도 희망을 함께 전할 수 있게 되길.